패러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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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맹활약중인 이승엽선수의 소식입니다. 이 선수는 전화인터뷰에서 한동안 성적이 부진한 것과 관련해 밸런타인 감독이 집사람에게 자꾸 추근대는 바람에 맘껏 스윙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패러디방송 ‘헤딩라인뉴스’의 방송내용 한토막이다.

방송을 하는 여자 아나운서나 주변 배경은 영락없이 TV뉴스 상황이고 일반 뉴스와 다름없는 것 같지만 보도내용 사이사이에 황당함과 기지, 유머 등이 곁들여져 보는 이에게 한바탕의 웃음을 제공한다.

저명한 작가의 원작을 모방하거나 어떤 인기 작품의 내용을 변경시키거나 과장해 웃음을 유도하는 패러디가 이 땅에서 판을 치고 있다.

1990년대 말 비디오용 삼류 에로영화들이 범람하면서 유명한 영화제목만 그럴 듯하게 바꾸는 정도에 그쳤던 패러디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패러디신문이 나오고 영상화까지 되는 등 급속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시절 라디오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패러디한 인터넷 라디오방송 ‘배칠수의 음악캠프’는 당시 미국의 F15전투기 구매 압력과 관련해, 출연자가 DJ의 성대를 모사해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게 신랄하게 욕설을 퍼붓는 내용이 방송됐는데 이를 들은 청와대 관계자들조차 파안대소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방송 CF에 패러디가 흔하게 등장하고 TV뉴스에서도 정치인을 소재로 한 패러디가 등장하는 등 일상화되고 있다.

심지어 4.15총선 기간중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들의 정치무관심병을 고치기 위해 패러디물을 제작할 정도로 패러디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어쩌면 현실 상황보다 패러디가 오히려 더 현실처럼 느껴질 정도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기 개그맨 정준하가 방송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패러디포스터가 인터넷에 등장했다.

제목은 ‘겨우연가’이고 원래 주인공 배용준과 최지우가 눈내리는 숲길을 배경으로 등을 맞대고 있는 그림에 배용준의 얼굴 대신 정준하의 얼굴 사진이 들어가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를 모르고 주인공이 누구라는 것을 모르는 이라면 그게 패러디물이 아니고 실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패러디가 우리에게 한바탕의 웃음을 제공하고 일상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점은 굳이 부인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닌가 우려해본다.

패러디가 판을 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모순투성이고 잘못된 것들로 뒤엉켜 있기 때문이기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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