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주홍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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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각종 ‘00녀(女)’의 등장은 한 번에 끝나고 마는 단순 유행 차원이 아니다. 시리즈를 이루며 사이버 테러란 사회문제로까지 확산일로다.

‘00녀’ 시리즈의 원조는 ‘딸녀’라고 한다. 2003년 미모의 여성이 딸기 밭에서 두 손엔 딸기를 들고 애로영화에나 나올 법한 야릇한 표정을 짓는 사진에서 비롯됐다. 이 정도는 애교 있는 작명이다. 문제는 2005년에 등장한 ‘개똥녀’ 부터다. 한 젊은 여성이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렸다. 누군가가 휴대전화로 이를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여성의 얼굴 사진까지 그대로 올렸다. 네티즌들의 뭇매가 쏟아졌다. 사이버 추적대도 꾸려졌다. 결국 신상 정보가 밝혀진 이 여성은 다니던 대학도 그만 둬야 했다.

▲지난해엔 ‘루저녀’ 사건으로 사회가 시끄러웠다. 모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 한 여대생이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패배자)”라고 말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외모를 중시하는 그릇된 풍조가 키 작은 남자들을 하루아침에 패배자로 만들어버렸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결국 ‘루저녀’도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휴학했다.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네티즌들은 아직까지 그녀의 근황을 캐며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엔 ‘패륜녀’ 사건이 인터넷 공간을 달군다. 서울의 번듯한 대학에서 여학생이 환경미화원 아주머니에게 반말과 폭언을 퍼부은 일로 네티즌들의 분노가 거세다. 급기야 당사자인 여대생은 아주머니를 찾아 직접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은 해당 학생과 대학을 경멸하는 패러디 물을 쏟아내고 있다.

▲‘개똥녀’, ‘루저녀’, ‘패륜녀’로 찍힌 여대생들의 행태는 추호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터이다. 저급하고 추잡한 언행과 상대를 인격체로 보지 않으려는 모욕적인 태도는 대학생의 품성을 의심케 한다.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찾은 응징 수단은 정의감이란 명목을 내건 신상 털기다. 신상 털기에 걸리면 일상에서 벌어진 사소한 잘못일지라도 인터넷을 통한 마냥사냥이 확산된다. 당사자에 대한 평가는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국민적 지탄을 받는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인터넷 마녀사냥의 결과는 치명적이다. 평생 지워지지 않는 주홍 글씨의 낙인을 안고 살아가야할 판이다.

이 시점에서 ‘신상 털기’를 그만하자고 외친들 네티즌들은 그만 둘 성 싶지 않다. 누구나 표적이 되는 디지털 감시사회의 해법은 뭘까. 욕먹을 짓부터 하지 말아야한다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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