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늦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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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심리를 종결하기로 예정했던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 차례 연기됐다. 소추위원측이 증거 신청과 관련하여 집요하게 이의를 제기했고, 헌법재판소가 일단 그것을 받아들여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형식상 사흘이 지체되는 셈이고, 경우에 따라 원래 예상했던 선고 기일은 변경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추위원의 주장은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증거 신청 방식이 합리적이냐는 것이 하나고, 그런 이유로 결정의 선고가 늦어져도 괜찮으냐가 그 다음이다.

탄핵심판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대통령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에 의해 처음부터 주장되었듯이, 어떤 경우든 이 헌법 재판에서 소추위원측의 사정으로 일정이 연기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탄핵 소추 의결과 동시에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구체적이고 충분한 사례를 미리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의 범죄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한 상태에서 의결을 시도해야 옳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의회 다수의 힘만으로 밀어붙여 일단 헌법재판소로 보낸 뒤 입증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상적인 소추권 행사가 아니라 전형적인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탄핵 소추의 첫 번째 혐의사실은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이다.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의 지지를 호소하는 듯한 발언이 현행 선거법에 위반되느냐는 그대로 헌법재판소 판단에 맡겨 두면 된다. 노 대통령의 발언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그것을 대통령이 부인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더 입증할 여지는 없다. 당적을 가질 수 있는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이 그 정도의 말을 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 발언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탄핵의 사유로 삼을 만큼 중대하냐의 판단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몫일 뿐이다.

경제를 파탄지경에 이르도록 한 실정도 탄핵 사유의 하나다. 그러나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왈가왈부할 여지가 거의 없다. 적어도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정책 결정을 잘못하거나, 정치적으로 무능한 것은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하여는 우리나라 모든 헌법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수십 종의 헌법교과서나 논문에 일치하여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을 정도다.

세 번째는 대통령과 그 측근의 비리 혐의다.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 측근의 비리 행위에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것이다. 측근의 비리란 뇌물을 수수하거나 위법한 정치자금을 거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것은 대통령이 그 사실들을 사전에 알고 있어 적어도 공범 관계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이 부분에서 소추위원은 검찰에서 수사중인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소추위원의 이런 태도는 얼른 납득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범죄사실에 대한 확실한 증거도 없이 탄핵 소추한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이 비리에 연루됐기 때문이 아니라, 연루된 것으로 추측하기 때문에 소추한 결과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에서야 증명하겠다고 나선 꼴이다. 정치자금에 대해선 이미 검찰이 수사를 종결한 부분도 있고 수사중인 부분도 있다. 그리고 탄핵 소추를 주도한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특별검사까지 임명했다. 그 결과 대부분은 헛소문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일이 밝혀지면 그때 추궁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 헌법은 탄핵 소추 의결과 함께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정지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아무리 국무총리가 대행 역할을 잘한다 해도, 사실상 국정 공백 상태는 막을 길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진행된 탄핵심판 절차는 지체없이 종결할 수 있도록 모두 협력해야 한다. 연방대법원장이 주재하여 상원에서 심리한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은 37일 만에 표결까지 모두 마쳤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다른 헌법재판과는 달리 비교적 집중적으로 심리하여 곧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늦어도 5월 중순 이전에는 결정 선고까지 끝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서둘러도 이미 두 달째 접어들고 말았다. 멀쩡한 대통령을 두 달 이상 묶어두어 얻는 이익이 무엇일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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