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도지사들 재선거에 침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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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는 새 패러다임을 짤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도민들은 어떤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이 시작됐다. 여야 정당은 유권자의 선택에 앞서 예비선거전을 개막해 본선 무대에 내세울 옥석 가리기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지사를 꿈꿔왔던 출마예상자들은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당 예비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또 일부 출마예상자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열심히 생물과도 같은 민심의 저울추를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다.

이처럼 제주사회가 새로운 기회를 맞을 준비로 요동치고 있으나 상당수 도민들은 즐거운 표정만은 아닌 듯 싶다. 지역경제의 장기 침체로 당장 민생고를 걱정해야 하는데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는 선거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제주사회의 올 한 해가 선거로 날이 새고 있다는 말이다.

선거법 강화로 ‘선거 특수’라는 말이 사라지면서 4.15 총선이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했던 음식점들도 또다시 장기간 파리를 날려야 할 실정이라며 울상이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평론가가 돼 선거판세를 분석했던 50~60대들은 또다시 TV 앞에서 재미없는 미디어 선거를 지켜봐야 하냐며 불평이다.

그러면서도 도민들은 이번 도지사 재선거가 도민사회에 뿌리깊게 내재된 도민갈등을 치유하고 제주사회가 질적인 도약을 이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과거 도지사 선거는 지연과 혈연, 학연에 따라 편가르기와 줄서기, 줄대기 식의 선거풍토로 공직사회는 물론 좁은 지역내에서 도민들 간에 갈등과 반목이 있어 왔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민선 1, 2, 3기를 거치면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도민들간의 의견이 갈리고 반목하는 일이 되풀이돼 왔다. 오죽했으면 도민과 공직사회에서 ‘누구파, 누구파’라는 말이 회자됐는가.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도민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대다수 도민들은 이번 도지사 재선에서는 민선시대 이후 숙명의 라이벌인 우근민, 신구범 전 지사가 도민들 속에서 정치적 훈수를 두지 않은 채 조용히 관전해 주길 바라고 있다. 도민들은 이들이 링 위에 올라간 선수들에게 박수와 격려는 보내되 감독이나 코치가 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전직 지사 대리전’이란 말이 회자해서는 도민과 당사자들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이 같은 도민적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제주도청공무원직장협의회는 제주도지사 재선거와 관련, 공무원들의 선거중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공직협은 “그동안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공무원 줄세우기와 편가르기가 관행화돼 도민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유발해 왔으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선거 중립 선언 배경을 밝혔다.

또 이들은 “선거에 개입한 공무원들은 지방행정에 결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쩌면 도지사 선거에서 일반 도민들보다 이해관계가 깊은 공직자들이 선거 중립을 선언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공직협이 선거기간 감시단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고발창구를 운영하겠다고 강조한 것만으로도 도민들은 이들의 활동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선언적 의미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여기에는 도민들의 협조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공직협은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해 선거중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6.5 제주도지사 재선거는 당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정치인들과 그를 수장으로 모시는 공무원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도민갈등이 해소되고 새로운 제주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도민축제이다.

이 축제를 통해 도민들은 전직 지사들이 도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지도자로서 남길 바라고 있다. 지도자가 된다는 것도 지역의 크고 작음을 떠나 매우 힘든 일이지만 존경을 받으면서 지도자답게 생활한다는 것은 더욱 힘들다.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위치에 선 지금 제주는 또 다른 지도자답게 생활하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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