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뒤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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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는 어떤 일이나 모임을 끝낸 뒤에 서로 모여 여흥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모든 일에 뒤풀이만 갖다 붙이면 여흥을 즐길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그만큼 우리 조상들은 서로 모여 흥을 돋우며 놀기를 좋아했다는 얘기도 된다.

문제는 여흥을 즐기는 방식이다.

그 것이 자발적일 때는 마음이 즐겁고 좋다.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인 무질서여도 좋다.

반면에 뒤풀이가 강제성과 폭력성을 띨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즐거움은커녕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한다. 대학에 갓 들어간 여대생에게 음주를 강요함으로써 죽음으로 몰고 간 신입생 환영MT 뒤풀이가 그렇다. 일부 여자중학교 졸업식에선 선배들의 폭력과 협박에 의해 강제된 후배 졸업생들의 알몸 뒤풀이는 충격 이상 이었다.

▲원래 뒤풀이는 일상의 삶을 돈독히 하는 즐거움이 묻어나야 제 격이다.

이를 통해 내일의 건강성을 다지고 생산성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즐겁지 않고 되레 고통을 준다면 진정한 뒤풀이 문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는 변질된 뒤풀이가 난무하고 동일 집단임을 확인하려 한다. 물론 결혼식 뒤풀이에서 이상적인 만남도 이뤄지곤 한다. 수련회 뒤풀이에서도 우의를 다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가 막심한 경우 역시 적지 않다고 본다. 음주만 해도 과하면 불상사가 일어나듯이, 매사에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각종 뒤풀이에 자정기능이 요구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그러나 스포츠 경기의 득점에 이어진 뒤풀이는 생생한 환희의 현장이다.

누가 뭐래도 또 하나의 감동적 볼거리이자 멋진 행위예술로 승화되기도 한다.

야구경기에서 역전 만루 홈런을 친 선수가 한 손을 힘껏 치켜세우며 그라운드를 도는 홈런 뒤풀이(세리모니·Ceremony)는 감격의 기립박수감이다. 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핸드볼 코트로 귀환한, 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처럼 아쉽게 패배했을 때 태극낭자들이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는 뒤풀이도 그에 못지않다.

그런 가운데서도 축구는 특이하다. 축구는 득점이 적은 경기다. 때문에 90분 동안 가장 임팩트가 큰 순간은 골이 터질 때다. 그래서 골 뒤풀이도 다른 스포츠보다 흥분이 넘쳐난다.

대망의 2010남아공 월드컵 축구가 코앞에 다가왔다.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이 터뜨리는 골은 국민들에게도 최고의 환희다. 태극전사들의 멋진 골 뒤풀이를 기대해본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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