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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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나고 자란 도시인들에게 고향은 남다르다.

나이에 따라 느끼는 향수(鄕愁)는 다르겠지만, 언제나 고향 마을 곳곳에 배어있는 포근함과 아늑함을 잊지 못한다.

흔히 사람들은 고향을 어머니의 품속에 비유한다.

특히 좋은 일보다 궂은 일이 있을 때 유년시절을 보낸 고향을 더 떠올리게 되는 것 역시 모성애를 그리워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일 것이다.

고향은 꼭 시골 출신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갖고 있다.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어머니, 할아버지.할머니의 고향이 시골이면 자식들의 고향도 시골이다.

이밖에 나름대로 어느 한 곳 시골을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노스탤지어를 달래는 도시인들도 있다.

역시 ‘고향의 봄’은 한국의 고향 정서가 가장 잘 담긴 동요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언제 들어도 포근한 고향의 향수가 젖어 있다.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로 ‘과수원 길’도 빼놓을 수 없다.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로 시작되는 이 동요의 노랫말은 우리의 시골 정서를 아주 잘 함축하고 있어 친근감을 더해준다.

하지만 고향은 그대로 거기에 있지만, 옛 고향이 아니어서 실망하게 만든다.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거목(巨木)들이 도로 확장으로 베어지고, 바닷가 기암괴석이 해안도로 개설로 무참히 파괴됐다.

그러나 이 정도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태풍 ‘루사’ 피해로 고향을 완전히 잃어버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특히 피해가 가장 컸던 강원도 일부 지역의 경우 사실상 원상 복구가 곤란할 정도의 마을들이 있다.

침수된 주택을 헐어내고 새로 집을 짓는 건축비가 인근 읍내 같은 규모 아파트 구입비와 맞먹는다니, 과연 고향을 지킬 주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비록 옛 모습을 잃은 고향이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 고향은 남아 있어야 한다.

정부가 새 집을 지어주고, 논과 과수원도 신속히 복구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태풍과 수해 때마다 하나둘씩 고향이 사라진다면 언젠가 도시만 남게 된다.

시골은 찾아보기 어려운 전 국토의 도시화란 생각만 해도 삭막하다.

피해지역 주민 모두 내년 봄에는 꼭 ‘고향의 봄’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시골은 현지 주민의 생활터전이자, 모든 도시인들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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