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그리고 리더의 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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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발을 보름 앞둔 6·2 지방선거 당선자들께.

먼저 제주특별자치도의 대표 일꾼으로 당선된 데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보냅니다. 당선은 도민들의 특별한 선택과 기대의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자부심과 긍지도 클 것이라 믿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느 때보다 치열하고 혼탁하게 치러졌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제주사회는 그 속에서 오로지 선거와 당선에만 매몰되는 부끄러운 자화상을 여실히 드러내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지방자치제 시행 20년간 치러온 지방선거 과정에서 합리화 돼온 치부와 한계점들이 ‘당선’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한꺼번에 분출된 것일 수도 있겠지요. 당연히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라 자위하면서 위안을 가져 봅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제주도의 선거 풍토 및 문화가 과연 ‘참여를 통한 자치와 분권’이라는 목표와 ‘특별자치제’라는 틀 속에서 만들고 있는 지방자치 혁신모델에 부응하는 진정성과 건강성을 갖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던져 봅니다. 해답을 찾기 어려운, 참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는 참으로 많은 것들을 되돌아 보게 하고, 부끄럽고 자성하게 합니다. 달라진 민심이 일궈낸 변화의 바람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도지사 선거는 이전 선거 가운데 최소 표차(2259표)로 승부가 결정될 정도로 초박빙 승부를 연출했습니다. 도의원 선거에서는 지역구 의원 29명 가운데 절반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습니다. 무엇보다 서귀포시 동 지역의 민주당 압승과 제주시 도심지역의 민주노동당 후보 당선, 국민참여당의 비례대표 선출, 교육의원 전원 교체 등의 이변을 연출하는 변화의 바람이 거셌습니다.

과연 도민 유권자들은 이번 투표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요? 혹시 짐작컨대 ‘일방적인 우월감에 빠진 권력의 오만’을 견제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요? 이런 점에서 어쩌면 후보가 그리 마음에 내키지 않지만 차선책으로 선택한 유권자는 없었을까요?

물론 당선자들의 자질과 능력은 훌륭하고 제주를 이끌 정치적 리더로서 기대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민심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민심이라는 토양에 기반을 둔 정치적 리더야말로 진정한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민심을 강조하는 이유는 당선 이후 보여주는 정치적 행보에 대한 노파심 때문입니다. 행정시장과 도청 고위직 인사 등을 놓고 제기되는 우려스러운 ‘설(說)’들, 또 의회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권력 지향적 행태 등은 분명 민심이 가장 싫어하는 ‘권력의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으니까요.

이 같은 우려가 저만의 ‘편견’으로 그쳤으면 합니다. 시쳇말로 저만 ‘나쁜 사람’이 되면 끝나니까요. 하지만 ‘오만’과 ‘편견’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다는 점을 새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가지 더 당부드린다면 이번 월드컵축구를 통해 세계적 스타로 자리매김한 박지성을 보다 깊게 관찰하시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대표팀 주장인 그의 겸손·성실한 자세에서 나오는 리더십은 어쩌면 오만을 심판한 민심이 원하는 진정한 리더십으로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글이 주제 넘었다면 용서를 바랍니다. 단지 당선자들을 진정한 리더로 받아들이고 싶은 충정으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민심을 얻는 리더가 되기를 항상 마음 속으로 기원하겠습니다.<김태형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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