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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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한 TV 프로그램에서 접한 상황이다.

 

우선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골목을 고른 뒤 거기에 중고 승용차 두 대를 밤새 세워뒀다.

 

다만 그 중 한 대는 트렁크만 조금 열어 놓고, 다른 한 대는 운전석 문을 조금 연 동시에 고의적으로 앞창을 깬 상태로 놓았다.

 

약간의 차이만이 있었을 뿐인데 두 자동차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왔다.

 

트렁크만 열어둔 자동차는 특별히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문을 열어둔 채 유리창을 깬 상태로 놓아둔 자동차는 안에 보관해둔 지갑과 카메라 등 돈이 될만한 건 전부 없어졌다.

 

이어 전봇대가 있는 코너길에 일부러 쓰레기를 담은 검정색 봉투 하나를 내놨다.

 

어둠이 밀려들자 비교적 깨끗하던 이 곳에 온갖 쓰레기가 밀려들기 시작, 결국에는 주변이 완전히 쓰레기장이 돼버렸다.

 

다음날엔 같은 장소에 형형색색의 꽃들이 심어진 조그만 화단을 조성했다.

 

저녁 즈음 한 사람이 쓰레기를 내버리려다 망설인 끝에 돌아간 후 아침까지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다.

 

사소한 단초 하나 하나가 이처럼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1982년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캘링은 월간지에 ‘깨진 유리창’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깨진 유리창을 수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이를 본 사람들은 나머지 유리창도 깨뜨리거나 심지어 건물에 불을 질러도 된다는 신호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는 사소한 침해행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더 큰 행위로 발전한다는 내용이다.

 

나아가 이런 행태를 방치한 조직은 비슷한 패턴으로 망가지고, 사소한 공권력 무시가 국가의 근간을 흐틀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게 ‘깨진 유리창’ 법칙이다.

 

앞선 예시처럼 처음에는 한 두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지만 이를 방치하면 주변이 쓰레기장이 되기 십상이다.

 

‘남들도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 외에도 그 이상의 행동도 거리낌없이 한다.

 

지난 한 해 제주시 지역에서만 쓰레기를 버리다 적발돼 과태료가 부과된 이는 7500여 건에 이른다. 그 전 해도 6100건에 달했다.

 

또 올들어 몰염치하게도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세웠다가 적발된 이는 제주시 143건, 서귀포시 430건이다.

 

45억원을 들여 지난 4월 연동에 선 보인 ‘차없는 거리’에서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차량 진입을 못하도록 설치한 기둥이 온데간데 없어졌는가 하면 밤이면 가게 앞 공간에서 야외용 테이블이 나와 영락없이 술판이 벌어진다.

 

취객들의 고성과 여기 저기 버려지는 쓰레기가 더해져도 당국의 대처는 안이하다.

 

시민들의 자율을 기대했지만 강제가 섞인 타율을 불러오는 셈이다.

 

옛 말에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다고 했다.

 

처음부터 악을 저지르고 사고를 치는 경우는 없다. 모든 것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해결책은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원칙과 기준의 문제다.

 

법과 질서는 지켜져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식 고양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조그만 불씨라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큰 불이 된다.
<함성중 편집부국장대우 사회부장>
hamsj@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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