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보다 중요한 것은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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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5기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1일 취임했다. 우 지사는 특별자치를 정착시키고 새로운 국제자유도시 10년을 견인해야 할 막중한 역사적 책임을 안고 도정을 이끌게 됐다. 이를 의식한 듯 우 지사는 취임식에서 “제가 가야할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며 “저는 도민 여러분과 그 길을 올곧게 걸으며 희망을 일궈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 지사는 또 “그 길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겨 후세의 이정표가 되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우 지사의 이 같은 비장한(?) 각오 뒤에는 지금의 제주도가 ‘경제성장의 위기’, ‘사회통합의 위기’, ‘재정의 위기’, ‘미래비전의 위기’ 등 4대 위기에 빠져 있다는 진단이 뒤따랐다.

4대 위기의 원인도 분명하게 밝혔다. 경제성장 위기의 원인은 저성장과 정규 일자리 부족에서 찾았고 사회통합의 위기는 해군기지와 영리병원, 내국인 카지노 등 갈등 정책과 현안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재정의 위기는 제주도의 과도한 부채 때문이고 미래비전의 위기는 도민공감대 부족에 따른 특별자치도의 성과 부진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우 지사의 4대 위기 진단이 앞으로 극복해야할 도정 최대의 현안과 과제라고 본다면 이는 충분히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이뤄내고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고 제주의 미래에 희망을 심어준다면 이보다 더 바랄 것이 뭐가 있겠는가.

우 지사는 4대 위기의 진단과 함께 처방전도 제시했다. 경제성장 위기의 처방은 ‘수출 1조원 시대 개막을 위한 기반 조성’이고, 사회통합 위기의 대처 방안으로는 ‘해군기지의 합리적 해결’과 ‘영리병원 논의 중단’과 ‘내국인 카지노 논의 보류’를 내놓았다.

또 재정 위기의 처방책으로는 ‘시급하지 않은 사업의 우선순위 배제’와 ‘지방공기업 등의 경영 효율성 도모’를, 미래비전 위기 해법으로는 ‘제주형 특별자치 체제 완성’ 등을 제시했다. 위기의 해결책도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명쾌한 진단 만큼 처방도 훌륭하다고 보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해군기지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 강정마을과 도민, 그리고 국방부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다분히 원론적이다.

영리병원과 내국인 카지노의 논의 중단 또는 보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책 추진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명확히 분석, 정책을 과감히 폐기하거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도민공감대 형성에 전력을 쏟는 것이 맞지 않느냐 하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앞으로 현안사업들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발생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의문도 생긴다.

재정 위기 극복은 도백(道伯)이 바뀔 때마다 중점과제로 부각됐으나 이를 해결했던 도정은 없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우 지사는 또 미래비전의 해법 중 하나로 제시한 기초자치단체장 직선제 선출도 공약의 옳고 그름을 떠나 도민들의 뜻을 충분히 묻고 추진하는 것이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지 않는 최선책이 될 것이다.

조선시대의 ‘허준’이나 중국의 ‘화타’가 전설적 명의(名醫)로 후세의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은 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처방과 최고의 시술로 병을 치료해 냈기 때문이다.

진단은 잘해놓고 처방이 시원치 않다면 어찌 명의라 할 수 있을까.

“후세의 이정표가 되겠다”는 우 지사의 각오에 기대를 걸어본다.<김승종 편집부국장 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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