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과 탄소 원소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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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과 김문수 지사의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이 회자된 적이 있다. ‘언행에 변함이 없으며, 헌신적이고 겸손하다.’ 축구계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박지성에 관한 표현들이다. 자신과 축구와 국가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를 바라보면 멋있다. 축구경기에서 박지성의 아름다운 리더십이 우리 사회, 특히 정치분야에 녹아들 수는 없을까? ‘나의 월드컵은 끝났다. 4년 뒤엔 새 심장이 필요하다’며 명쾌한 마침표를 찍었다. 허정무감독은 ‘고개 숙이지 마라. 너희와 함께해 행복했다’고 했다. 미련·눈물이 혼재된 상쾌함과 희망이 어우러진 마무리이다.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을 바라볼 때 그 누가 아름답다고 하겠는가? 과연 우리 정치현실은 꼬인 매듭을 풀고,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을 신명나게 맡은 바 일을 수행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고 있는가? 더구나 짜증스러운 요즘의 여름 날씨에 시원스러운 폭포수 역할을 하는 정치는 불가능한가?

이정수가 2004 유로 챔피언 그리스의 골문으로 공을 밀어 넣고는 별것 아니라는 듯 경기장을 천천히 달린다. 그렇게 뽐내지도 않는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박지성은 초원을 내달리는 사자처럼 30m 넘게 질주하며 수비수 두 사람을 등에 매달고 골키퍼마저 꼼짝 못하게 만든 상태에서 쐐기 골을 성공시켰다. 이때의 전 국민의 환호는 산천초목을 숨죽이게 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기대와 갈망에 화답할 수 없을까?

알칼리족 금속들은 전자를 잘 내놓기 때문에 양이온, 할로겐족 원소들은 전자를 용이하게 받아들여 음이온이 되려는 경향이 강하며, 반응성도 크다. 또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탄소는 이들 금속 혹은 기체와 달리 전자들을 공유함으로써 공존공영을 항상 생활신조로 생각한다. 탄소와 박지성은 유사한 겸손의 DNA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크라운 아네모네피쉬·말미잘은 ‘바다 속 보석 같은 우정’을 유지한다.

공생관계를 최우선시 함으로, 주기율표라는 왕국에서 어떤 지역도 탄소만큼 비옥하고 다산(多産)인 곳은 없다. 그래서 이 탄소는 조용한 가운데 인류를 위해서 곡예사 같은 능력을 발휘할 때도 있다. 이 원소는 검은 색 예술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숯, 단단하고 빛나며 열전도성이 큰 다이아몬드, 미끄러우면서 전기전도성을 지닌 흑연, 우수한 전기전도체 및 초강도 물질로 사용될 수 있는 탄소나노튜브, 초전도체 및 빛 차단제 등의 용도를 지닌 풀러렌(fullerene)처럼 다양한 형태로 변신할 수 있다.

또한, 탄소는 수많은 원자들과 화학결합에 의해, 과학발전의 지상과제를 위해 화합물을 탐구하는 유기화학을 탄생시켰다.

탄소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항상 같이 호흡하고 있다. 탄소처럼, 박지성처럼 겸양의 미덕을 생활신조로 삼아 생활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넘칠 때 우리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다.

<변종철 제주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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