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과 21세기형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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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계전략에서 한반도가 계륵(鷄肋)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그 중요성이 떨어질 뿐 여전히 한반도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중요하다. 다만 시대와 상황의 변화로 인해 주한미군이 일부 감축되고 있을 뿐이다.

주한미군에 대해 북한은 시종 부정적 입장이다. 주한미군 때문에 대남 군사 우위가 크게 훼손되는 것이 못마땅할 뿐만 아니라 문득 문득 주한미군이 대북 공세자세를 취할 때는 오히려 북한도 안보 불안을 느끼는 모양이다. 실제로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공세의 이중적 역할은 냉전시대나 탈냉전의 오늘날에나 거의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주한미군의 전반적 위상과 역할이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적어도 동아시아 수준에서 볼 때 미.소 양극대결의 냉전시대에 주한미군이 수행했던 역할과 미국 단극체제의 탈냉전시대에 주한미군이 하는 역할은 크게 달라 보인다. 주한미군에 대한 최근 논쟁은 바로 대결적 냉전에서 화해적 탈냉전으로의 시대 변화로부터 연원한다.

공산권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이 사실상 사라진 탈냉전시대에서도 혹자는 중국위협론을 제시하면서 주한미군의 억지 역할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화와 WTO(세계무역기구)의 21세기에 중국이 군사력을 동원하여 한반도의 공산화를 도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중국은 경제력 부상에 기초하여 미국 단극체제에 도전하는 강대국으로서의 위상 제고를 추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만 군사력보다는 경제력에 기초한 것이라 본다면, 주한미군의 대중국 억지 역할론은 그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0년대 향후 30년 정도는 미국 단극체제가 지배적일 것으로 보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그런데도 혹 중국이나 북한이 앞뒤 가리지 않고 미국이 지배하는 동아시아 질서에 군사적으로 도전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거의 픽션에 가깝다. 특히 북한의 무모함이나 비합리성에 주목하여 남침 운운하는 것도 일종의 피해망상과 다름없다.

1980년대 이후 북한의 대남 군공격력은 경제 악화로 인해 그 질적 능력이 약화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남북한 군사력에서 총량 비교를 보면 대표적으로 남한 군대 69만명-북한 117만명, 남한 전차 2370여 대-북한 4000여 대 등에서 보듯이 북한이 우위에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군사비 지출누계에서 한국이 우위에 있고, 그 결과 최첨단 군장비의 성능이라든가 정보화 전력 등에서는 남한이 우세하다. 10배가 넘는 경제력 격차가 군사력에도 반영되어 북한이 몸으로 때우는 동안 남한은 돈으로 막는 대북 억지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군사력에서 우위에 있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남침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며, 이는 북한의 공격을 억지하는 것으로서의 주한미군 역할도 재조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남과 북이 공동으로 개성공단을 건설하고 있고, 한국.중국 간의 무역 및 투자가 상호의존을 크게 증진시키고 있으며, 한국.러시아가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 21세기 탈냉전의 모습이다. 21세기 동아시아 질서의 교류협력시대에 발맞춰 주한미군도 일부 감축되는 것은 미 군사력의 효율적 배치란 측면에도 타당할 뿐만 아니라 이는 21세기형 안보의 핵심인 정보화 전력을 통해서 대북 억지를 달성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4000명의 주한미군 감축은 그러한 흐름의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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