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위기의식’을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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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가 위기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기업들은 위기라고 하고 정부는 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야당은 위기가 맞다고 하고 여당은 틀리다고 한다. 마치 체감온도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추우니 히터를 틀자는 사람들과 춥지도 않은데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비하려든다고 핀잔을 주는 광경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경제가 안 좋다고 하는 것과 경제가 위기라고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말하자면 춥다는 것과 지독한 추위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측에서는 IMF 때 같은 상황이 돼야 위기로 상정하겠다고 했다. 예컨대 외환위기 때처럼 기업과 금융기관이 무더기로 파산하는 국가부도사태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년 만의 지독한 추위 정도가 아니라 수십 년 만의 추위와 폭설로 지붕이 무너지고 철로가 피해를 입는 정도여야 할 것이다.

날씨야 온도계로 측정하면 되지만 경제는 그렇게 쉽게 측정되지 않는다. 물론 온도계 역할을 하는 경제지표라는 것이 있지만 그것도 어떤 지표를 중시하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재계와 야당이 위기라 하고 정부와 여당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시각차이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불황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소비패턴이 나타나 소주 판매가 크게 늘고 저렴한 할인점 매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나 여당의 말대로 ‘위기상태’는 아니라고 해도 여러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충분히 ‘위기의식’을 느껴야 될 때가 아닌가 한다. 폭설이 내릴 조짐이 보이면 미리 준비태세가 있어야 함이 옳은 것이다. IMF만 하더라도 닥치기 전에 충분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처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말하는 위기가 아니라는 말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하는 말인가. 차라리 그런 적극성이라도 보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뒤숭숭할 때는 위기감을 조성하고 국민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 기업이든 국가든 적정한 위기의식을 조성하는 것은 발전적인 효과를 낳게 한다. 이제는 ‘위기 논쟁’을 중단하고 위기를 막는 미래지향적 정책 수단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흔히 컵에 물이 반이 남아 있을 때 “반밖에 남아 있지 않구나”하는 사람보다 “아직도 반이 남아 있구나”하는 사람을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고 얘기들을 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반이나 남아 있다”라는 사람은 안일한 사고의 소유자로 미래를 준비하거나 도전의식을 갖추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비해 “반밖에 없다”라는 사람은 스스로 위기의식을 만들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스스로 위기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제주도의 경제현안은 더 긴급한 상황이다. 사실 제주경제의 위기는 어제 오늘이 아니건만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변화와 혁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변화와 혁신이 성공하려면 먼저 모든 도민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위기의식이 눈앞에 닥쳤을 때 움직이기 때문에 유능한 리더는 없는 위기도 만들어내야 한다.

관광이 힘들고, 밀감산업이 대책이 없는 데다 국제자유도시를 부르짖으면서도 외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마디로 제주도는 위기가 중첩된 형국이다. 어렵다고 엄살 부리는 것이 위기의식이 아니다. 도민통합이라는 것도 어떤 가치지향이 필요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가치통합의 선결은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시발점인 위기의식이 만들어져야 한다. 위기의식이 있어야 좋은 발상이 생겨 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가 있다. ‘지역위기의식’을 언제 만들고 지역현안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는 오로지 새로운 도정의 숙제이자 도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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