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사는 사람과 웃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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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엄청나게 많은 숫자를 가리킬 때 ‘천문학적인 숫자’라는 말을 쓰지만 우리가 쓰는 숫자의 단위는 겨우 ‘조(兆)’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대수(大數)에서 쓰이는 단위는 ‘조’ 이상도 수없이 많다.

만만조가 경(京)이고 만만경이 해(垓)다. 그 위로는 자, 양, 간, 정, 재, 극에 이어서 항하사, 아승기, 나유타가 있고 최상위에는 불가사의(不可思議), 무량수(無量數)가 있다.

항하사(恒河沙)는 인도의 갠지스강을 항하(恒河)라고 하니 ‘갠지스강의 모래’를 뜻하는 숫자로 흔히 무수, 무한 등의 비유로 쓰인다.

▲경기가 침체하면 침체할수록 손님들이 몰리는 곳이 ‘복권가게’다.

전국의 복권판매소 앞에는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진다.

복권 광풍이 수년째 계속되면서 이 광풍으로 대박을 터트린 1등 당첨자들의 이야기 뒤에는 표정을 관리하며 웃음을 참고 있는 정부와 은행, 관련 제품 납품업자들이 있다.

복권 수익을 수백억원씩 받아오고 있는 제주도의 입장에서도 복권이 많이 팔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 한결같을 것이다.

▲정부나 복권 주관은행이 나서서 복권을 사는 국민이 어떤 사람들인지 실제로 조사해볼 가치가 있는데도 아직까지는 움직임이 없다.

1990년대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조사한 결과에 보면 소득계층별 복권구입비 지출은 이 복권이 얼마나 역진적(逆進的)인지 잘 나타낸다. 이른바 최저 소득층에서 전체의 절반 이상을 구입하고 있었으며 연봉 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비해 5배 이상 높았다.

현재 미국의 복권판매소는 주로 저소득층 거주지에 밀집돼 있다.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예일대 등은 복권을 주춧돌로 설립된 대학이다.

영국은 식민지시대 교회나 학교 건설, 식민지 경영자금 등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이용된 것이 ‘고통 없는 세금’이란 복권이었다.

즉, 복권은 자본주의 성장과 결탁되어 있다.

그 이면에는 부유층이 떠맡아야 할 세금 부담을 저소득층에게 떠넘기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모르는 저소득층은 ‘항하사’ 같은 숫자조차 가늠이 안 되는 확률을 쫓아서 ‘인생역전’ 복권 가게로 향하니, 그 행렬을 보면서 누가 웃고 있겠는가.

경제가 어려워지자 복권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해서 생각해보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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