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不)’과 ‘통(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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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3대 축은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한나라당이다. 지금 그런 여권이 위기다.

민간인 불법 사찰에서 시작된 의혹 시리즈가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비선(秘線) 라인의 권력 남용 의혹이 연일 드러나고 있어서다.

오죽하면 오는 14일 치러지는 한나라당 지도부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 입에서조차 ‘권력 암투 상황’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MB정부는 오는 8월25일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국정과 민생의 안정에 에너지를 쏟아야할 때인 것이다. 그런 시점에 권력의 내부와 내부가 부닥치는 난맥상이 연출되고 있으니 이미 오래된 환부가 곪을 대로 곪았음을 방증한다. 참으로 나라의 꼴이 말이 아니다.

▲자고로 어느 정권에서든 비선 라인이 권력을 사유물처럼 주물럭거릴 때면 시중에 유행병처럼 번지는 게 있다. 한자어로 ‘不(아닐 불 또는 아닐 부)’자가 들어간 말들이 그 것이다. 신문 방송을 봐도 3불(불만·불안·불신)이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도덕 불감증과 안전 불감증 등으로 대변되는 사건들로 빼곡하다. 결국 ‘不’자가 많이 나도는 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그러니 사회 전반에 즐거울 일이 없다는 말이 많아진다.

맹자(孟子)는 참된 즐거움의 모습을 일컬어 ‘부지(不知) 족지도지(足之蹈之) 수지무지(手之舞之)’(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이 우쭐거리고 손이 춤을 춘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은 뒤로 빠지고 손은 자꾸 오그라지는 이유는 무얼까.

▲결론적으로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수술의 칼을 집어야 하는 의사는 따로 없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자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뿐이다.

지난주 여권 인적개편의 시발로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청와대 참모진을 이끌 새 대통령실장으로 발탁됐다.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최소화하면서 일하는 정부를 지속하기 위해 정권의 살림꾼으로 임 장관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그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의 3선 의원으로 정책에 밝다고 한다. 여당 내서도 합리적 보수, 실용주의자로 통한다. 때문에 막 오른 청와대 개편에 출발이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침 임 내정자는 소통과 화합을 자신의 제1사명으로 꼽았다. 기대를 갖게 한다.

문제는 ‘不’을 불식시키고 ‘통할 통’자인 ‘通’을 어떻게 펴는 가다. 그의 첫 번째 임무는 비선 라인을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고 직언(直言)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通’은 ‘不通’이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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