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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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93세의 일기로 타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일대기 사진 중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있다.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가 1981년 1월 20일 미국 역사상 최고령인 제40대 대통령의 취임선서 현장에서 존경과 애정을 가득 담아 남편을 바라보던 한 장의 사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행해지고 있는 선서는 말 그대로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맹세하는 일이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로 시작되는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양심과 위엄으로 의술을 베풀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간호사들이 하는 ‘나이팅게일 선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7일 우리는 신임 제주도지사와 제주시장의 취임선서를 지켜봤다.

“나는 법령을 준수하고 주민의 복리증진 및 지역사회의 발전과 국가시책의 구현을 위하여 도지사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신임 제주도지사의 취임선서 일성이다.

▲이처럼 새롭게 취임하는 공직자는 반드시 ‘선서’를 하게 되어 있다.

과거에도 물론 선서의 의미를 담은 말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나오는 인견(引見)이다. 인견은 임금이 벼슬아치를 만나보던 일이다.

일례로 세종 17년 성주목사 신기(愼幾)를 인견하는 자리에서 임금은 다음과 같이 당부한 기록이 있다.

“근년에 풍년이 들지 아니하여 백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없게 된 처지다. 그대는 임지로 가서 마땅히 백성들을 사랑하고 형벌을 신중히 써서 나의 뜻을 저버리지 말라.”

가히 성군다운 교지(敎旨)가 아닐 수 없다.

“도민들의 부름을 받아 제34대 도지사로 취임하게 됐다”는 신임도지사의 표현대로라면 인견이라는 제도가 임금에서 도민들에게 옮겨져 왔을 뿐이다.

▲일찍이 청백리의 표본이었던 단종 때 전라감사 노숙동(盧叔仝)은 아들 균이 충주판관으로 부임할 때 ‘팔자훈’(八字訓)을 써줬다. 그 여덟 글자는 誠(성), 信(신), 廉(염), 公(공), 勤(근), 簡(간), 和(화), 惠(혜)다.

공직을 맡을 아들의 벼슬살이에서 위정지요(爲政之要)로 삼으라고 했던 것이다. 취임선서를 시작으로 공무에 나선 신임 단체장들이 한 번 마음에 새겨 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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