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없이도 살 사람, 법 있어야 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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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굳이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인간의 도리를 지키며 다른 사람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역설적으로 ‘법 있어야 살 사람’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그와 똑같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람일수록 공동체 안에서 법의 보호 없이는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법이 없다면 수많은 고약한 사람들 가운데서, 누가 무엇이 이같은 사람의 삶을 보호하고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어쩌면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말로 법이 가장 필요한 사람일 수도 있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모든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법과 관련된 격언을 하나 고르다면, 그것은 아마도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다’라는 문구일 것이다. 이 말은 법이란 인간이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게 보장해주는 질서의 규범이 된다는 뜻이다. 법은 사회를 유지하고 통제하는 하나의 수단이며 사회 정의를 구현해 준다. 어떤 조직이든 어떤 집단이든 사회화가 된 곳에는 반드시 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법은 인류 문명의 발전과 그 역사적 궤적을 함께한다.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자신의 권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법과 정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사람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고 진정한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먼저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하고(법의 필요성), 그 기준을 적용해 진정한 권리자를 가려 줄 사람이 있어야 하며(법관의 필요성), 나아가 진정한 권리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보장해줄 권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집행력의 필요성). 이를 달리 표현해 보면, 사회는 ‘법의 지배(rule of law) 위에서만 유지, 존속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법은 사회 공동체의 질서 유지와 번영을 위해서 우리 모두가 지키기로 한 약속이다. 법치주의가 확립되면 우리 모두의 일상 생활이 예측 가능해지고 미래에 대한 체계적 설계가 가능해진다. 법치주의는 입법, 행정, 재판 등 각종 국가행위에서 행위준칙과 규범을 정립할 때 확립되고, 그 실현도 위에서부터 먼저 법을 준수해야 보통사람들의 삶에서도 법이 지켜지게 된다. 사회지도층 등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도 없거니와 도리어 법을 우습게 만들어 버린다. 위에서도 지키지 않는 준칙이나 규범은 아무리 법의 형식을 띠고 있어도 법이 아니고 강자의 힘일 뿐이다.

우리 사회는 이른바 힘 있고 가진 사람들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뇌물을 받아먹고도 ‘떡값’이니 하면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고, 큰 죄를 범하고도 구속되기만 하면 휠체어를 타고 들것에 실려 얼굴에 마스크를 한 채 지병을 이유 삼아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사소한 법 위반에도 법이 규정하고 있는 처벌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과연 법치는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지,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오차 없는 법의 잣대는 있는지, 있다면 뭔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우리는 법원을 곧잘 ‘국민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라고 부른다. 사회적 강자의 부정부패 등 법을 어긴 ‘가진 사람들’에 대해 준엄하고 예외 없는 법의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딱하고 기가 막힌 서민들의 사정에 ‘법은 법이다’라고 선언하기보다 ‘따뜻한 법의 눈물’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고경업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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