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의 도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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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캐나다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도시계획이 참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외 여행은 그 자체가 배울 점도 많고 재미도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한 재미는 무작정 돌아다니기다.

빡빡한 여행일정 속에 3~4시간 짬을 내 시가지 지도 하나만을 들고 안내원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거다.

일반 가게에도 들어가 구경도 하고 음식점에 들어가 이것 저것 먹어보기도 하고 목적없이 여기저기 헤메다닌다.

서투른 영어실력이지만 몸짓 팔짓하면 대충 의사전달이 되고 혼자 돌아다니는 데 큰 불편이 없다.

이처럼 여행중에 또다른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지역의 도시가 지도만 보고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체계적으로 조성됐기 때문이다.

도로가 바둑판처럼 잘 짜여져 있고 건물들이 잘 정돈돼 있어 길을 잃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굳이 지나는 외국인들에게 물어보지 않더라도 지도를 펼쳐 놓고 주변 큰 건물의 이름만 찾으면 내가 대충 어느 지점에 있고 어떻게 하면 내가 숙소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금방 알 수 있기에서다.

뒤집어서 우리나라와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의 경우 과연 이 같은 재미거리를 즐길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니올시다라고 여겨진다.

외국의 경우 도시계획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이루어졌기에 가능하지만 우리의 경우 잦은 도시정책 변경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사실상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정책들도 이러한 관점에서 염려스러움을 자아내게 한다.

제주도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대한 신규 건축물을 억제하고 해안의 건축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다.

지난해 8월 개발제한구역이 전면 해제되자 이 지역내에서의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등의 건축물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신규 건축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제주시의 경우 시내 자연녹지의 용적률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다.

시내 자연녹지내에서의 연립주택 건설이 크게 늘어나 난개발이 우려되므로 현행 100%의 자연녹지의 용적률을 80%로 낮추는 조례안을 만들겠다는 게다.

제주도의 천혜 자연환경을 잘 보전하고 난개발을 막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허나 본격적인 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추진하는 이 시점에서 오히려 적정 개발과 투자분위기를 해치는 방향으로 도시정책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분명 재고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가 수도권 경제특구를 추진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대한 투자메리트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토지 이용에 대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국제자유도시 개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제자유도시 개발이 추진과정에서 아무런 걸림돌이 없이 순탄하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토지 투기바람이 일 수도 있고 난개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허나 그럴 때마다 이를 규제하기 위한 도시정책들이 마구 쏟아진다면 장기적 안목에서는 그 자체가 원칙없고 체계적이지 못한 개발을 초래해 결국 실패한 국제자유도시 개발이 될 수도 있다.

1969년 6월 제주시 중앙로에 4차선 도로가 개통됐다.

당시 주변에서는 이를 놓고 미쳤다고들 했다.

왜 그렇게 큰 도로를 만들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중앙로 도로를 잘 만들었다는 평가가 있었고 그 몇 년 더 지나서는 왜 그때 더 넓게 도로를 빼지 못했느냐는 얘기들이 나왔다.

중간 중간의 잔 파도에 연연하지 않는 백년대계의 도시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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