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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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달성, 수도이전 비용,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업보조금, 공적자금 상환, 연기금 적자분 보전, 사회 안전판 마련을 위한 재정 지원 등 돈을 써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요모조모를 꼼꼼하게 따져 들어가게 되면 얼마나 세금을 더 거둬들여야 하는 것일까?

2003년도 국민 1인당 조세 부담금은 300만원으로, 조세부담률은 20.3%였다. 1995년 1인당 세금이 160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절대액만으로 보면 8년 만에 세금 부담은 거의 2배로 늘어나게 되었다. 물론 일부에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조세부담률이 28%이기 때문에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지출을 포함할 경우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에 비해 최고 15.3%, 조세부담액에 사회보장성 비용을 합친 국민부담률은 최고 17.3%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이미 나라의 살림살이가 크게 악화된 상태라는 점이다.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국가 채무는 2003년 말 165조원, 그리고 2004년 말에는 19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액수는 1997년 말 90조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주한미군 철수에 따라 우리는 국방비로 얼마나 더 지불해야 하는 것일까? 정확한 추계치가 아직 밝혀진 바는 없지만 수십 조원의 추가적인 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전후를 따져보면 주한미군 철수에 따른 국방비는 솔직히 ‘자주’라는 명분 때문에 우리 스스로 자초한 면이 강하다. 하지만 정작 ‘자주’를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들이 지불하는 액수는 아주 미미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가운데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경륜을 갖춘 원로 외교관 로버트 쿠버씨는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에 대해서 이런 조언을 들려준다.

“미국이 보호망을 제공하는 대신 동맹국은 미국을 지지하고 기지를 제공하는 협상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의 견지에서 보자면 각국은 미국의 동맹국이 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동맹국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좀더 실용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미 물을 건너 가 버린 이야기다.

행정수도 이전 비용으로 혹자는 45조원이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120조원까지 들 것으로 내다본다. 과연 행정수도를 이전할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가? 결국 모든 것은 돈 문제다. 국토 균형발전이니 수도권 과밀 해소니 하는 이유들을 내놓고 있지만 필자의 눈에 결국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 이외는 다른 이유가 없어 보인다.

농업은 어떤가? 김영삼 정부 때 농촌구조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59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농민들의 소득은 상승하기는커녕 빚만 되레 증가시키고 말았다. 현실과 유리된 농업정책이 필연적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그런데 앞으로 FTA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10년간 119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라고 한다.

말로는 무슨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는가? 다들 동북아 중심국가니 국민소득 2만불이니 하는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필자의 눈에 모두가 정치적인 구호에 불과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9년째 1만달러를 맴돌고 있다. 세계적으로 소득 2만달러를 넘는 국가는 유럽 10개국, 아시아 3개국, 미주 2개국으로 15개국에 불과하다. 1만달러 소득을 2만달러로 끌어올리는 데 일본과 홍콩은 6년, 싱가포르는 5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이미 성장의 모멘텀을 잃어버린 듯싶다.

앞으로 연평균 7.18%씩 성장해도 2만달러가 되는 데 10년이 걸린다. 그런데 이런 성장이 가능하려면 누군가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설비투자의 감소 추세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7년간 설비투자는 연평균 3.1%밖에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증가는 일본의 8.8%와 싱가포르의 10.8%보다 휠씬 못 미칠 뿐만 아니라 미국의 4.8%, 영국의 4.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지금도 투자를 담당해야 할 사람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기는 고사하고 국책사업으로 돈을 쓸 구상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걱정과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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