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수학여행
추억의 수학여행
  • 김범훈 기자
  • 승인 2010.08.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아픈 추억과 좋은 추억들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나쁜 추억도 오히려 아름답게, 그리고 고맙게 느껴질 때가 많다. 추억이 반드시 좋고 소중한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고의 사랑은 그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 감동의 울림이 있다. 그런 추억 만들기의 일등 공신은 여행이다. 여행을 다녀오면 잊지 못할 추억의 그림 한두 가지가 마음속에 자리하기 마련이다. 동굴탐사를 하며 오랫동안 이심전심으로 형제애를 나누는 동생이 지난 토요일 아들 2명을 데리고 지리산 종주 3박4일 산행을 떠났다. 아들과의 추억 만들기 모습이 궁금하다.

▲이런 그림을 놓고 보면 추억이란 단어만큼 감동적인 표현도 없다.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감동 시리즈의 제1편은 초등학교 수학여행이다.

지난해 6월 타개한 한국 영화계의 거목 유현목 감독은 1969년 영화 ‘수학여행’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서해안 선유도 외진마을에 교사로 부임한 주인공이 부모들을 설득해 마침내 아이들과 서울 수학여행을 나서면서 겪게 되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그렸다. 리어카도 자전거도 없는 낙도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서울은 한마디로 문화 충격 그 자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고향 바닷가의 맑은 조약돌 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선생님 역시 따스한 사랑으로 아이들을 인도하는 이야기가 너무나 아름답다.

1971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필자도 그 즈음에 제주도 일주 2박3일 수학여행을 다녀왔던 것 같다. 그러나 돌아간 영화필름을 되돌리는 기억이 너무 아련하다.

▲굳이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우리 초등동창 부부들은 일주일 전 모처럼 2박3일 전라남도 여행을 다녀왔다. 비록 30명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름 붙이기를 ‘추억의 수학여행’이라 했다. 꿈 많은 학창시절을 함께 했던 동창이었기에 옛 추억을 되살린다는 명분이 그럴 듯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동창 회장의 처갓집 방문이 일차 목적이었다. 저녁 무렵 순천시 외서면 도신리는 전형적인 한국의 농촌풍경으로 조용히 우리를 반겼다. 나이 여든 살이 넘으신 장인과 장모는 마음 착한 사위와 친구들이 왔다며 토종닭도 잡아주고 밤도 삶아주며 추억 만들기에 기꺼이 동참했다. 너무나 순박한 어르신들의 환대에 눈물이 나온다. 좋은 추억일수록, 추억을 공유할수록 사람을 울린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추억을 찾아 수학여행을 떠나보자. 메마른 정서를 기름지게 하는 문화코드로 강력 추천한다.

<김범훈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