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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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와 나무껍질 등 초근목피(草根木皮)로 하루하루를 생활했던 암울한 시절이 있었다.

우리 조상과 1960.1970년도에 살았던 세대들에게는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보릿고개.

과연 요즘 젊은 세대들은 보릿고개란 말을 알고 있을까.

보릿고개가 뭐냐고 물어보면 아마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옛날엔 농촌이 궁핍하여 해마다 음력 4월께가 되면 겨우내 묵은 곡식은 다 먹어서 없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서 농가 생활이 매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흔히 춘궁기(春窮기)라고 불리는 이 시기는 대부분 초근목피로 간신히 연명하다시피 하였으며 워낙 지내기가 힘들어 마치 큰 고개를 넘는 것 같다 하여 보릿고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조선시대에는 관리들의 횡포로 보릿고개가 생겼고 일제시대에는 일본이 좋은 쌀을 다 가져 가서 보릿고개가 더 심했다.

이후 1945년 광복을 맞이하고도 6.25전쟁을 겪는 바람에 1960년대 초까지 보릿고개의 아픔은 반복적으로 이어져 왔다.

▲최근 보도를 보면 도내에서도 결식아동이 6919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토요일과 공휴일 방학기간 중에 급식비를 지원받는 초.중.고교생은 433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6486명은 학기 중에만 급식비를 지원 받고 있는 실정이어서 결국 방학기간중 굶어야 하는 형편이다.

현대판 보릿고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설움 중 가장 아픈 설움은 배고픈 설움이라고 했다.

사실 굶어보지 않은 사람은 배고픈 설움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40대 이상인 세대에서는 “밥 먹었니”가 보통 인사말로 통했고 식사를 대접하는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느꼈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배고픈 설움을 되물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 경제대국을 이룩했지만 결국 아이들에게 또 다시 방학기간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짐을 지게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라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선진국을 상징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정도로 세계에서 부자나라에 속한다지만 하루 세끼를 제대로 못 먹고 사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것은 정부 정책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제 얼마 없으면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방학기간 끼니를 거르는 결식학생들을 위한 정부 당국의 특단의 대책과 사회적 관심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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