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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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슴’이란 말은 ‘마음’을 뜻한다.
대중가요에 많이 쓰는 ‘가슴 아프게’, ‘쓰라린 가슴’, ‘찢어지는 가슴’ 등등은 가슴 부위에 외상을 입어서 아프고 쓰리고 찢어지는 통증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아픔을 말한다.

흔히 ‘가슴이 크다’ 하는 표현은 포용력이 있다는 의미이다.
또 젊은이들에게 가슴을 펴라는 말은 희망을 말하는 것이며 그래서 가슴이 뛴다 하면 흥분을, 가슴이 벅차다 하면 감격을 뜻하는 것이다.

반면 가슴이 무겁다하면 우울을, 그리고 가슴을 나눈다고 하면 정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희비애노(喜悲哀怒)가 가슴 속에 다 있고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역시 가슴 속에 다 있다.

▲흉금을 튼다고 하면 가슴을 튼다는 말인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지적 관계를 가리킨다.
그래서 우리 선인들에게 있어 가슴은 바로 사람의 척도였다.

흉중백만병(胸中百萬兵)은 병략이 뛰어난 사람, 흉중필묵(胸中筆墨)하면 시문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슴이 큰 사람을 좋아했다.

춘향전에 나오는 대목을 보자.
거지몰골을 한 이도령을 보고 월매가 하는 말이 “떡 벌어진 가슴을 보니 뭣인가 들어 있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 ‘뭣인가’, ‘백만명’이나 ‘필묵’이 들어있음직 하다는 뜻이다.

▲소식(蘇軾)이 대나무를 그릴 때(畵竹)는 그리기에 앞서 가슴 속에 이미 그림이 완성된 대나무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서 유래한 흉중유성죽(胸中有成竹)이란 고사성어는 유명하다.

무슨 일이던지 일을 처리함에 있어 가슴 속에는 이미 계산이 다 끝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이러한 계산을 하는 성산(成算)을 흉산(胸算)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옛글은 사람이 앞으로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알고, 말을 할 때와 말을 하지 않을 때를 알고, 또 이러한 때를 알아 대나무를 그릴 때와 같이 가슴 속에 대나무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리라.

▲1963년 1월 우리나라 정당법이 제정된 이후 무려 81개 정당이 태어났다 사라졌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3년2개월이다.

창당 170년의 영국 보수당이나 창당 148년의 미국 공화당, 창당 174년의 미국 민주당을 일컫지 않더라도 우리의 정당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다가 없어지는 것들이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우리의 정당들을 급조정당이라고 비판한다.
대나무를 그릴 때는 흉중에 이미 대나무가 있어야 하거늘, 요즘 정당을 창당하려는 사람들은 대나무를 그린다면서 가슴엔 이미 콩밭이 다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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