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체제의 늪에서 벗어나
권한대행체제의 늪에서 벗어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한동안 우리 사회는 권한대행(權限代行)체제의 늪에 빠져 방향감각을 잃고 허우적거려 왔다. 나라 살림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직무정지를 당하여 한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체제로 나라가 운영되어 왔고, 지역의 먼 미래를 책임져야 할 교육의 수장 도교육감이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불미스러움으로 인하여 끝내 당선자의 자리를 내놓게 되어 새 교육감이 선출되기까지 교육감 권한대행체제 속에서 지역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할 수 있는 교육이 한동안 몸살을 앓아 왔다.

그뿐인가? 도정의 책임자인 도지사는 그동안 끌어오던 당선 시비문제가 임기 중반에 와서야 당선 무효 판결을 받아 한동안 도지사 권한대행체제 속에서 도민들은 걱정해 왔고,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제주시장이 도지사 재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한동안 제주시장 권한대행체제에 들어가자 또다시 시민들은 어안이 벙벙했었으며, 제주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제주도의회 의장이 전격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제주도의회 의장 권한대행체제로 들어가는 등. 한동안 그것도 한꺼번에 우리 사회는 온통 권한대행이라는 체제의 늪에 빠져 시련을 겪어왔다.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권한대행자들이 직무를 차분하게 잘 수행해 주어서 혼란 없이 다시 안정을 찾은 점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아무튼 이제 모든 책임자들이 각각 모양새를 갖추어 자기가 봉사해야 할 제자리들을 찾았다. 그리고 각각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선거 때 내건 공약들이 있다. 선거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옥석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후보들이 하나같이 나라를 위해, 제주도를 위해, 제주시를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는 훌륭한 분들이다. 유권자들은 나름대로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그 중에서 한 분을 골라 투표하였고 그 결과 최다수를 득표하여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 자리는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임기 동안에 실적 쌓기 중심의 무리한 행정이나 다음번 선거를 의식하여 짧은 기간에 인기 얻기에 급급하게 되면 부작용이 따르기 쉽다. 왜냐하면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하더라도 완급 조절이 잘못 되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부각되어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민생현안에 초심을 잃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유권자들은 그동안의 시련들을 통하여 의식이 많이 성숙되었고 판단능력이 충분히 신장되었다고 본다. 따지고 보면 그런 모든 시련들이 몇몇 사람들만의 책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우리가 뽑아서 나무 위에 올려놓고 밑에서 나무를 흔들어 떨어트리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책임자를 뽑는 선거과정에서 코앞의 내 작은 이익에 눈이 어두워 선거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지는 않았는지, 책임자들이 일을 하는 동안에 코앞의 내 이익 때문에 권력을 이용하지는 않았는지, 책임자들이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네 편 내 편을 갈라 비난의 여론을 형성하는 데 입을 모으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라고 본다.

동전 하나에도 앞.뒷면이 함께 붙어 있듯이 매사에는 장.단점이 함께 붙어 있는 것을 어느 한 면만을 확대 조명하고 다른 한 면을 지나치게 분석 비난하는 편파성을 갖게 되면 어느 누구도 소신대로 일하기 어려울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 모두가 잘 살아보자는 데는 네 편 내 편이 따로 없다. 작은 욕심 때문에 큰 것을 잃고 마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