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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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지난 토요일 오전 제주시 천왕사 옆에 있는 금봉사 석굴암을 올랐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코스가 2시간 남짓하여 시민들이 운동 삼아 즐겨 찾는 곳이다. 지금도 주말 또는 휴일 새벽이나 오전에는 차를 주차하기도 어렵다 한다.

이를 표현하여 ‘등반로가 사람으로 너무 미어진다’할 정도니 그 인기가 상종가를 친다. 하기야 필자도 직장 업무가 일요일 근무로 전환되기 전까지 석굴암은 단골 산행지였다.

그러나 모처럼 찾은 석굴암 가는 길은 적이 실망스러웠다. 예전의 산행 맛이 아니었다. 밧줄을 잡고 오르던 바위 계곡이랑, 마냥 호젓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오솔길에도 나무 침목이 깔렸다. 걷기가 너무 편했는지 코스 길이는 짧아 보였다. 그래도 주 5일제 시행으로 처음 토요일 휴일을 맞은 아내랑 속내의가 온통 땀으로 젖었다.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아내가 말했다. 그동안은 토요일을 같이 보낼 수 없었는데 이젠 한 달에 두 번씩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취미생활을 같이하면 어떻겠냐고 제의했다. 결혼으로 중단돼 지금도 아내가 아쉬워하는 서예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학생 때부터 배우고 싶었던 악기 다루기 등 너무 많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충분하게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데서 그 대상을 고르라면 흔치 않을 것이라 생각되기도 했다.

주 5일제가 직장인들에겐 갈 곳이 없고, 또 다른 지갑을 필요로 한다면 어느 누군들 휴일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저렴하고 알찬 주말 인프라가 요구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그 인프라를 통해 나 홀로가 아닌, 서로 간에 감동을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직장이나 사회 그리고 국가적으로도 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가정으로 돌아온 아빠 엄마는 삶의 질을 바꿀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어떤 가족은 주말마다 식탁을 책상삼아 가족간 독서삼매경에 빠진다 한다. 이들은 신문에 소개되는 신간 중에서 골라 책을 사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다른 가족은 주말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등을 찾아 문화의 시각을 높이기도 한다.

저렴한 비용의 놀이 인프라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바로 이 같은 가족 동호회 활동에서 그 불길을 시작할 수 있다.

집 앞에 다 왔을 때 우리 부부가 내린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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