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계획이 초라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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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경제의 최대 화두는 단연‘수출’이다.

민선 5기 우근민 제주도정이 ‘수출 1조원 시대’를 비전으로 내세우면서 앞으로 수출을 빼놓고는 지역 경제를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 키워드이자 구심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농협 등 생산자단체와 중소 관련 업계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수출 드라이브’를 기치로 내거는가 하면 행정 당국은 실국 별로 거창한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파급효과 면에서 ‘유쾌한 도전’이 틀림 없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무모한 도전’이라는 양면성도 갖고 있다.

그만큼 수출은 전혀 다른 시장 환경과 토양을 지닌 곳에서, 전혀 다른 소비자들을 공략해야 하는 데다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변수도 많다는 점에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수출 1조원 시대를 견인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성공 열쇠는 무엇일까.

‘맨큐의 경제학’을 쓴 미국 하버드대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무역을 통해 각 나라들은 제일 잘 만들 수 있는 품목에 특화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역의 이득이 발생, 경제적 파이(pie)를 크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국가간의 교역은 비교우위에 의해 결정된다”고 역설한다.

수출 관련 도내 중소기업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해외 시장은 직·간접적인 보호 장치를 지닌 국내 시장과 엄연히 다르다. 확실한 비교우위를 지닌 경쟁력이 없다면 승산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냉혹한 현실 경험담을 강조한다.

정리해 본다면 가격이면 가격, 품질이면 품질 등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통할 수 있는 ‘비교우위 국제경쟁력’이 열쇠일 수 있는 셈이다.

때문에 수출 1조원 시대라는 거창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출 추진 품목들이 어느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또 이를 토대로 주력 상품과 전략 품목을 선정해 체계적인 수출 시스템을 구축하는 현실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농·축·수산물 3000억원 이상과 공산품 6000억원 이상 등 업종별로 할당하거나 생산자단체별로 할당하는 ‘물량 나누기 식’으로 짜여지고 있는 수출 전략들을 보면 관행적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지금 시점에서 한번 되돌아 보자. 16년 전 도내 1차 생산품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야심차게 설립했던 ㈜제주교역이 왜 실패했는지, 또 제주도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던 호접란 미국 수출사업이 어떻게 파국을 맞았는지 말이다.

아쉽게도 제주 수출산업의 현주소는 녹록치 않다.

양식 넙치와 백합 등 화훼류를 제외하고는 수출 경쟁력을 장담할 수 있는 품목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삼다수와 소주 등 일부 가공제품이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안정적인 시장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때문에 수출 정책 방향의 우선순위는 수출 품목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자꾸 실적 짜맞추기에 급급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지나친 노파심일까. ‘수출 1조원 시대’라는 거창한 계획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김태형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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