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로 28번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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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앞두고 날씨가 화끈하리만큼 무더워졌다.

그러나 제주시정의 기상도는 좀처럼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고 냉랭하기만 하다.

김영훈 제주시장이 취임한 지도 한 달 하고도 9일이 지나고 있다.

김 시장은 그동안 실과별 업무보고 청취, 19개 동 순회 초도순시에 이어 전국시장.군수.구청장 상견회, 중앙부처 알현, 관광개발과 관련한 국내외 투자기업 순회방문 등의 일정으로 ‘시장공부’에 열심이었다.

취임 이후 한 달 만에 기자실을 들른 김 시장은 “아무리 일을 하더라도 언론에 보도되거나 홍보가 되지 않으면 인정을 받지 못한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에는 기자실을 직접 올 것이다”, “공보과를 부시장 직속으로 격상시킬 것”이라는 등의 말로 기자들의 입맛을 자극했다.

도내에서 첫 언론인 출신인 김 시장은 10년 동안의 기자생활 덕분에 기자생리를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이날 기자들의 입맛을 자극할 요소로 공보과를 ‘양념’으로 내놓았다.

김 시장은 지난 8일 제주시의회 제1차 정례회에 참석, 민선 3기 후반기 시정운영 방향으로 초일류 국제자유도시 실현, 강력한 경제정책, 생태.평화.안전도시 구현, 도시정체성 살린 문화.관광도시 정착, 참여복지 실현과 행정혁신 등 5가지를 제시했다.

4선의 제주도의회 의원과 의장의 관록이 묻어 있는 김 시장은 제안설명을 통해 “노심초사 하시는 의원님의 의정활동에 경이와 찬사를 보낸다”는 립서비스도 빠뜨리지 않았다.

앞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보고한 한 초선 의원이 자신에 대해 그 흔한 수식어도 없고, 이름 석자를 호명하지 않았어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이다.

김 시장은 줄곧 자신은 세일즈맨의 역할을 다할 것이고 행정은 부시장에게 전권을 위임할 것이라는 말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일부에서는 “김 시장이 행정을 모르니까 밖으로만 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사실 있다.

또한 6.5 재.보궐선거 이후 공무원들의 청내 분위기를 스케치한 ‘제주도청은 초상집, 제주시청은 잔칫집’이라는 재담도 나돈다.

말인즉 도청 공무원들은 새로운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행정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도지사가 들어서서 긴장하고 있고, 시청 공무원들은 비관료 출신 시장이 들어와 업무가 한결 편하게 될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된 모양이다.

이를 눈치나 챈 듯 김 시장은 얼마 전 간부회의 석상에서 공직사회가 느슨해졌다며 위기의식을 가지고 공직자로서 본분을 다해 줄 것을 지시했다.

김 시장은 일 열심히 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실수도 인정해주겠다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10월 인사 단행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행정 장악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시장이 슬슬 오기가 작동한 듯 싶다.

자신은 공직사회가 흔들리지 않게 안정적이고 중단없는 시정을 약속했는데도 도무지 시청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기 때문일까.

제주시정이 쾌청한 날씨가 되려면 딱 2가지만 기억하면 될 것이다.

김 시장은 공직자의 본연의 업무가 자신보다는 시민에 대한 한결 같은 충정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공직사회는 비관료 출신인 시장이 들어섰다고 해서 기강을 흐트리거나 불충해서도 안된다. 시민이 선거를 통해 김 시장을 임명했고 인사권 등의 시장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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