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전시행정에 준엄한 심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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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보고 즐기는 여행이 아닌 아우슈비츠, 다하우수용소, 9·11 테러 현장인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거제포로수용소처럼 비극의 역사 현장이나 재난 현장을 둘러보는 여행이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다.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의 지자체에서 많이 찾았던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夕張)시 투어는 지자체가 파산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타산지석’의 관광이다.

탄광도시였던 유바리시는 석탄경기가 끝나자 관광 휴양지로 변신을 꾀했다.

1980년대 들어 ‘탄광도시에서 관광도시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스키장 건설, 유원지, 박물관, 호텔 등을 짓기 시작했다.

사업 자금은 바닥나고 부채가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한 명의 시장이 24년간 장기집권하면서 분식회계로 버티다가 결국 2006년 7월에 재정파탄을 선언했다.

유바리시는 재정파탄선언 후 한때 12만 명이던 시민들은 1만 명으로 줄어들고 초등학교 7개와 4개의 중학교가 각각 한 곳으로 통합되고, 공무원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공공부문 예산이 깎이고 버스요금이 4배 이상 치솟는 등 공공요금과 각종 세금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시립병원이 민영화돼 야간진료가 중단되면서 시민들은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등 모든 고통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되었다.

얼마전 재정자립도 전국 8위인 성남시가 호화청사 논란속에 모라토리움(지불유예)을 선언했다.

그 책임과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능력범위를 넘어서 중앙정부의 교부금만을 믿고 성과주의·치적위주의 방만한 경영이 한 몫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시민들 역시 이런 사업을 지역발전의 신호로 받아들여 환영하고 있음도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 제주지역사회는 어떠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지은 시설물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제주시가 총사업비 155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개관한 천문우주과학 시설인 제주별빛누리공원은 하루 평균 관광객이 80여 명에 그치며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서귀포시가 250억원을 투입해 2005년에 개관한 감귤박물관 역시 매년 8억원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다. 93억원을 들여 지은 서복전시관이나 20억 원을 투입한 천문과학문화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럭 교체하고, 하수도를 새로 건설하는 모습 등 외형적 성과주의의 행정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정확한 사업성이나 수지분석 없이 치적주의와 무조건 짓고 보자는 식의 ‘삽질행정’의 결과이다.

이처럼 불요불급한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결국 사회적 약자나 청소년 등 을 위한 사회복지 분야 사업예산에 압박을 가하는 않을 런지 심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두 행정시가 뒤늦게나마 민간위탁 등 다양한 활용방안 찾기에 나서 그나마 다행이다.

민선 5기 도정 역시 재정 위기의 처방책으로 ‘시급하지 않은 사업의 우선순위 배제’와 ‘지방공기업 등의 경영 효율성 도모’ 등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가용재원이 해마다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제2의 성남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단체장의 포퓰리즘적 사업에 제동을 걸어 건전한 재정운영을 유도하는 지방의회의 기능도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동네에 도로 하나 건설되는 것을 무조건 반기기보다 지방정부의 곳간이 비고 빚만 쌓이게 하는 행정에 준엄한 심판을 내릴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조문욱 사회2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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