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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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는 말에는 ‘항상 배불리 먹고 편히 지내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는 우리 조상들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비단 추석 만이 아니라 일년 내내 잘 먹고 잘 입고 편히 살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농산물은 사실상 유일한 경제재였다.
먹고 입고 생활하는 문제가 모두 농사에 의해 좌우됐다. 한가위를 전후해서는 온갖 곡식과 과일이 풍성해서 적어도 먹는 걱정만은 접어도 됐다.

추석이 신라 3대 유리왕 때 가배(嘉俳), 즉 팔월 보름날 궁중에서 길쌈 겨루기를 하면서 놀던 놀이에서 유래했으므로 한가위와 풍요의 상관관계는 무려 2000년이나 지속돼 온 셈이다.

누구나 잘 먹고 잘 입고 편히 잘 사는 세상, 과연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이 흘러야 가능할까.
첨단과학시대를 살고 있다지만 세상은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고, 그렇다고 좀처럼 달라질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넘치는 부(富)를 주체하지 못해 사치와 과소비를 일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하도 가난해서 추석 명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한숨뿐인 가정이 너무나 많다.
이들에겐 ‘더도 말고 덜도 말고’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한해를 살아갈 걱정에 앞서 당장 사흘 앞으로 닥친 추석을 보낼 걱정이 태산 같다.

사회의 온정을 필요로 하는 곳은 태풍피해 농가와 불우한 이웃 등 수없이 많다.
태풍 ‘루사’의 깊은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엊그제 다시 집중호우로 많은 농경지가 물바다로 변해 버렸다.

태풍과 집중호우 피해가 큰 농촌을 찾아가 농민들을 위로하고 직접 성금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
언론기관을 통한 성금 기탁과 별도로 직접 피해 현장을 찾아 도움을 준다면 피해 농민들은 이웃의 따뜻한 성원에 작지만 뜻 깊은 추석을 보낼 것이다.

수재민 돕기에 밀려 불우이웃돕기도 예년만 못하다.
먼저 지자체의 지원이 확대돼야 하고, 직장과 도민들의 온정의 손길이 크게 뻗쳐야 하겠다.
비록 일년 내내 풍요는 누리지 못한다 할지라도 추석날 하루만은 모두가 온갖 시름을 잊고 정성껏 차례를 올리며 감사하는 날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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