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오셨습니다" "좋은 날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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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탄 전용기가 오전 9시6분쯤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 내린 후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9시13분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서서히 들어왔다.

10분쯤 후 전용기에서 모습을 드러낸 고이즈미 총리는 머리를 좌우로 돌려 순안공항을 둘러본 후 아베 신조 관방 부장관 등 수행원들을 데리고 트랩을 내려왔다.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위원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김영일 외무성 부상 등 북한측 인사 20여 명이 전용기 앞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영접했다.

김영남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와 악수하면 “먼 길을 잘 오셨습니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에 북한 땅에 역사적인 첫 발을 디딘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측 인사들에게 “고맙습니다. 정말 좋은 날씨이군요”라고 일본어로 간단히 인사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곧바로 리무진 승용차를 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장소인 백화원으로 향해 9시50분쯤 도착했다.
오전 11시부터 김 위원장과 오전 회담에 들어갔다.

○…이날 순안공항에는 군악대 등 공식적인 환영행사가 전혀 없어 일본 기자들 사이에는 “썰렁하다”고 이야기하는 등 다소 실망한 분위기.

전용기가 도착하기 20분 전 북한측 준비단이 부산하게 움직이면서 김 위원장이 나올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아 북한측 영접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취재기자단이 긴장했으나 김 위원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측 인사는 “고이즈미 총리가 일제 식민지 지배를 사과하러 오는데 영접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기도.

그러나 한 일본 기자는 “북한이 대대적인 영접행사를 벌여 화합의 주도권을 잡을 것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거부한 것 같다.

국교가 없는 북한에 온 것은 실무회담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외부에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평양 시내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조용한 모습이었다. 통상 외국 정상이 방문할 경우 걸리는 국기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평양에서 순안공항으로 통하는 자동차가 전혀 다니지 않아 통제됐다는 인상을 줬다.

또 도로에는 300여 m 거리 간격으로 경찰이 한 명씩 서서 경계활동을 벌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경비가 과도하다는 인상은 전혀 없었고 통상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조선중앙방송이 지난 15일 이후 9차례나 방송한 데다 노동신문은 17일 고이즈미 총리의 약력을 소개해 대부분 시민들은 알고 있었다.

○…노동신문이 17일자 1면 오른쪽 하단 구석에 3단 크기로 고이즈미 총리의 약력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자 일본 기자들은 몹시 섭섭해 하는 모습들.

한 기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에 왔을 때는 1면 톱이었다”며 “아프리카 국가의 정상이 방문해도 이 정도는 보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들의 역사적인 북.일 정상회담 취재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일본 기자단과 외신기자 120여 명이 지난 16일 오후 평양에 도착해 고려호텔 1층에 설치된 프레스센터에서 취재활동에 들어갔다.
외신기자 8명 가운데 한국기자 3명이 포함됐다.

고이즈미 총리가 17일 순안공항에 도착하자 일본 NHK방송은 현장에서 위성중계하기도 했다. 또 중국 인민일보와 러시아 이타르타스 평양특파원도 공항에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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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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