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樹木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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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부터 제주지방 전래의 벌초행렬이 시작됐다. 조상의 묘를 찾아 잡풀을 베어내고 그 분들의 음덕을 기리기 위해서다. 예전엔 추석 명절을 맞이하기에 앞서 음력 8월 1일을 기점으로 실시했다. 지금은 가족과 친지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주말과 휴일을 선택한다.

이맘때면 타 시·도 출향인들과 일본 등지의 해외동포들도 고향을 찾아 벌초에 나섰다. 그 때마다 후진양성을 위해 장학금까지 내놓았다. 대개는 나이가 들어 현지 생활도 어려울 터인데도 말이다. 무연고 분묘에 대한 도민들의 자선봉사 벌초도 이어져 왔다. 크고 작은 감동의 미담들이 제주섬을 녹여왔던 것이다.

이제 제주지역도 화장률이 50%에 근접했다. 매장중심의 장례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벌초행렬이 점차적으로 줄어들 것임을 예고한다.

▲장례문화의 핵심은 장법(葬法)이다. 장법은 문화적 종교적 성격에 따라 매장(埋葬), 수장(水葬), 화장(火葬)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의 장법은 오랫동안 매장이었다. 시신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조상숭배의 유교적 세계관이 자리한 때문이다. 또한 풍수지리가 민간에 번지면서 명당에 묻히면 후손들이 잘 된다는 믿음도 중요한 이유였다.

그러나 풍수지리의 요체는 편안함에 있다. 산사람이 집터를 구할 경우 주변의 기(氣)와 자신의 기가 맞아 편안함을 느낀다면 당연히 좋은 집터다.

묏자리도 마찬가지다. 후손된 사람이 그 자리에 30분 정도 드러누웠을 때 편안하고 조용한 느낌이면 좋은 묏자리다. 이른바 동기감응설(同氣感應說)이 전제된 명당발복설(明堂發福說)은 이런데서 나온다. 그럼에도 풍수가 이기적 속신(利己的 俗信)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어 안타깝다.

▲결국 풍수는 사람들을 이롭게 하며 자연과 친화하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며 현대적 의미로 급부상하고 있는 장법이 수목장(樹木葬)이다.

수목장은 시신을 화장한 뒤 골분을 나무뿌리에 묻는 방식이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자연회귀와 일치한다. 나무로 다시 태어난다는 환생의 철학까지 담고 있다.

풍수학자인 최창조 전 서울대교수는 세상을 떠난 자와 후손들에게 이로운 장법으로는 수목장만 한 게 없다고 강조한다.

최근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부모의 합장묘를 개장한 뒤 유골을 화장했다. 그리곤 합장묘 근처에 수목장 형태로 모셨다.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2012년 12월 대선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 측은 오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한다. 두고 보면 알 일이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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