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同床異夢) 공정(公正)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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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은 제 6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를 역설했으나 일부 국민들은 ‘공정한 사회’에 대해 “한국 사회가 그만큼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회가 실현만 된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있겠는가.

그러나 문제점은 이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각각이라는 데 있다. 지난 8월 16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서울대 학생들 간의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둘러싼 논쟁은 ‘공정’을 정의하는 한국 사회의 시각 차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가 2005학년도 입시부터 도입한 지역균형선발 전형은 지방 학생들이 내신 공부만을 통해서도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는 제도이다. 서울대생 가운데 지역균형선발 전형 폐지론자들은 이 제도가 수학능력이 충분치 않은 지원자를 합격시켜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지방 학생을 배려하기 위해 우수 학생의 기회를 빼앗는 ‘불공정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반면 이 전형을 옹호하는 이들은 지역격차로 누적된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종의 ‘소수자 우대정책’이란 점에서 ‘공정한’ 제도라고 반박한다. 양쪽 모두 공정성을 이야기하지만, 각각이 생각하고 있는 ‘공정’에 대한 정의는 완전히 다르다. 물론 이 학생들은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공정과 정의에 대해 배운 학생들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여름 휴가 기간에 읽었다고 알려진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교수는 우연에 따라 사람의 능력이 달라질 수 있으며 직업적 성공과 부 역시 출생과 사회 여건 등 운(運)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한다. 그는 “사람들이 사회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 더 이상 그 사회의 응집력, 결속력을 유지해 나가기 힘들어진다”고 강조한다. 한국 사회도 부모의 학력이나 재산이 자녀들이 좋은 학교에 가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이 이제는 불가능해졌다라고 한탄한다.

미국 철학자 존 롤즈는 ‘정의론’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줄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차등의 원칙’과 누구나 그들이 태어난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유사한 삶의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롤즈는 더 나아가 부잣집에서 태어났거나 재능이 탁월하다고 해도 그것은 그 사람 혼자만의 것이 아닌 ‘사회의 공공재’라고 본다. 롤즈의 정의 원칙은 현재 한국사회의 ‘불공정 게임’의 현실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내린 ‘공정한 사회’ 에 대한 규정을 보면서 롤즈의 ‘정의론’이 왜 떠올랐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8·15 경축사 이후 한국 사회의 지도층의 ‘공정(公正) 지수’를 측정할 수 있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총리 내정자를 포함해 3명이 낙마한 ‘8·8개각’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사건’은 한국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이 대통령의 ‘공정한 사회’ 구호를 공허하게 만들었다. 서민들은 이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대한민국에서는 ‘공정한 게임’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인터넷상에서 대기업에 낙하산으로 들어온 유력자 자녀들을 비아냥거리는 ‘똥돼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정부와 여당은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밝힌 ‘공정’과 ‘정의’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 차가 극복되지 않는다면 이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우리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정의는 무엇일까. 초등학교 4학년 딸에게 물었더니 “약한 사람 도우는 것”이라고 한다.<부남철 뉴미디어국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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