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선.후배와의 대화
해수욕장 선.후배와의 대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모처럼 함덕해수욕장을 찾았다.

지난해 이맘때는 해수욕하러 갔다가 토종닭 백숙에 만취한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번에는 제주대 신문기자 출신 선.후배와의 만남으로 초대를 받아서였다.

다행히 토요일 오후 늦은 시간대여서 뙤약볕을 피할 수 있었다.

해수욕장 동쪽 끝 서우봉 아래 모래밭에 자리한 15평 남짓한 천막은 참으로 아담했다. 바닥에 깐 장판하며, 숯불구이 기구와 비닐에 싸인 돼지 삼겹살 등도 낯익었다.

50대 중반 선배에서 20대 초반 현직 대학생 기자에 이르기까지 꾸역꾸역 모이다 보니 어느새 30명이 한자리 했다.

▲역시 첫 대면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소주가 최고였다. 소주잔이 한 차례 돌았을 뿐인데도 서먹서먹한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후배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선배들이 무척 보고 싶었다는 말들을 쏟아냈다. 립 서비스가 아니었다.

진정으로 그들은 선배들과의 만남을 목말라 했다. 나누는 대화 주제만 보더라도 그들의 고민은 취업문제가 태반이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진솔한 얘기를 듣고 같이 걱정해 주는 어른들이 너무 없다고 했다.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라는 것이다.

예전에 선배들이 이랬으니 너희들도 그래야 한다는 식의 일방통행은 있을 수 없었다. 그들에겐 모든 것이 강요가 아니라 선택과 자발적 참여였다.

젊음의 패기가 너무나 부러운 자리였다.

▲사실 이 행사에 초대한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며칠째 망설였다.

말이 초대지 실은 후배들을 격려하는 자리이기 때문이었다.

과연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자문해 봤다.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멋들어지게 이룩해 놓은 것이 없으니 정말로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린 결론은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자’였다.

비록 지금까지의 자신이 실망스럽다면, 앞으로 창창하게 많은 날을 실망스럽지 않도록 자신을 가꾸어 간다는 다짐의 기회로 삼으면 될 것 같았다.

밤늦은 시간까지 우리는 과장도, 포장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며 노래도 불렀다.

우리는 오는 10월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