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 발표할 때 마음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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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정은 요즘 6.5 제주도지사 재선거 때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후보 당시 도민들과 약속한 공약사업 추진 계획을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도정은 이달 안으로 김 지사의 공약을 비롯해 전임 도지사, 다른 후보, 열린우리당 공약들 중 엄선해 김태환 도정 공약추진사업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또 가칭 도정평가단을 구성.운영해 도지사 공약의 실천 여부를 점검해 도민들에게 공표할 계획이다.

공약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삼국지의 인물로서 유비의 군사(軍師)인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이다.

“신 제갈량 아뢰옵니다. 선제께서는 창업의 뜻을 절반도 이루지 못한 채 중도에 붕어하시고…(중략)…죄 지은 자와 충성스럽고 착한 자가 있거든 마땅히 각 부서에 맡겨 형벌과 상을 의논하시어 폐하의 공평함과 명명백백한 다스림을 더욱 빛나게 하시고, 사사로움에 치우쳐 안팎으로 법을 달리하는 일이 없게 하소서(중략)…”라고 쓰인 출사표는 제갈량이 유비 사후 위나라를 징벌하기 위해 후주에게 올린 표문이다.

구절구절 선주에 대한 추모와 후주에 대한 충성이 배어 있다. 이 글이 더욱 우리의 가슴을 울리면서 삼국지 애독자는 물론 일반에 회자되고 있는 것은 그 문장의 빛남 못지않은 제갈량이 출사표와 함께 보여주었던 충성스런 행동과 언행일치 때문이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선거 때가 되면 출사표를 유권자들에게 발표한다. 지방선거나 총선 등 각종 크고 작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출사표란 이름으로 자신의 의지와 약속을 담은 출마의 변을 밝히고 지지를 호소한다.

그러나 한결같이 유권자를 위하고 지역을 위한다는 출사표들은 선거 이벤트가 끝나면 그 사명을 다하고 휴지가 되곤 한다. 낙선자는 말할 것도 없이 당선자도 급성 건망증 중증 증세를 보이면서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으레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거니 한다.

그렇지만 지금 많은 도민들은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거니 하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예전과는 달리 후보들의 공약이 제갈량의 출사표처럼 실천돼 주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공약의 이행 여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며 지켜보는 데 소홀히 하지 않는다.

도민들을 위해 더 좋은 제주, 더 풍요로운 제주를 만들겠다고 목청껏 외쳤던 후보들의 입신 출세를 위해 붓뚜껑처럼 하잘것없는 도구로 머물기를 바라는 도민은 한 명도 없다.

김 도정뿐만 아니라 4.15총선에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회 의원들은 지금 한 번쯤 출사표를 다시 쓰는 심정으로 주민과의 약속사항을 자체 점검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제갈량이 출사표를 바치고 나간 가정(街亭)전투에서 자기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싸우다가 패한 마속의 목을 울면서 베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읍참마속(泣斬馬謖)’도 공약실천계획을 마련하면서 한 번쯤은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람의 무게를 재는 내 자신의 저울은 똑같다”며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엄정하게 법을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는 리더의 공명정대함은 민선시대의 지도자라면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민선시대 이후 공직사회에 등장한 부정적인 단어 중 하나가 ‘측근’이다. 도민을 위해 봉사할 공직자가 자신을 위해 견마지로(犬馬之勞)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워 큰 허물을 덮어주는가 하면 자기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내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도민들과 유권자들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 하더라도 출마할 때의 말과 당선된 후의 행동이 다른 지도자에 대해선 지도자로 여기고 따르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비전을 제시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행하지 못하고 지키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행하고 행하지 않음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도민들이 차후에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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