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아니면 ‘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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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전제로 동거를 하던 예비부부가 복권에 당첨되는 ‘대박’을 터트리고도 가정은 ‘쪽박’을 차게 됐다는 사연이 얼마 전 보도됐다.

남자가 돈과 함께 숫자를 적어주며 여자에게 복권을 사도록 했는데, 그 숫자가 34억원에 당첨됐다. 그런데 여자는 복권을 사지 않았다며 줄행랑을 쳤고, 남자는 복권 당첨 여부에 대한 진위 파악과 당첨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보도 이후 한 결혼정보업체가 전국 20~30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10명 중 2명꼴로 “로또에 당첨되면 결혼을 보류하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인생 역전의 기회 앞에서는 사랑도 맹서도 모두 소용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해외의 사례를 보면 대박을 터트린 당첨자들의 인생이 이혼, 재산 분쟁, 마약 및 알코올 중독 등으로 얼룩져 불행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의 한 신문이 1000만달러 이상의 복권 당첨금을 탄 뒤 10년이 지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보다 더 불행해졌다’고 한 사람이 64%에 달했다고 한다.

1800만달러짜리 복권에 당첨된 한 재미교포 여성은 8년 만에 거액의 당첨금을 탕진하고 파산신청을 했다는 내용이 보도돼 우리를 어리둥절케 하기도 했다.

▲김포(金浦)시의 옛 지명은 투금포(投金浦)였다고 한다.

의좋은 두 형제가 금덩이 두 개를 주워 하나씩 나눠 가졌는데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중 동생이 금덩이를 강물에 던져 버렸다. 형이 왜 그러느냐고 하자 동생은 “금덩이가 욕심을 내게 하고 결국에는 우리 형제간 의리마저 끊어버릴 것 같아 버렸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형도 “네 말이 옳다”며 갖고 있던 금을 강물에 던졌다. 금덩이를 던진 곳을 투금포라고 했고 이로 인해 김포가 됐다는 것이다.

▲물질만능주의 바람 탓인지,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세상이 각박해진 때문인지 모르지만 예비부부의 ‘로또 당첨 이야기’는 ‘대박’ 한방이 남녀간의 ‘사랑의 개념’마저도 바꿔 버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한다.

그러고 보면 복권 당첨과 같은 ‘대박’은 인생 역전의 기회이자 동시에 불행의 서곡(序曲)일 수도 있겠다.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20일 이상 계속되고, 또 뭣 하나 시원하게 이뤄지는 것도 없는 요즘, 버림으로써 행복을 지킬 수 있다는 ‘투금포 형제’의 교훈으로 짜증나는 여름을 잠시나마 잊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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