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우먼리더십 캠프’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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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3개월여 만에 회사 사장님의 특별한 배려로 2일간의 긴 하계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 ‘특별한 배려’가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제주도여성특별위원회에서 주관하는 ‘2030 우먼리더십 캠프’에 특별히 내가 참가를 희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하계휴가를 이용해서 그 캠프에 다녀오고자 더욱이 희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내 인생에서 의미있는 깨달음을 얻게 될 1박2일의 여정에 승차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1박2일의 여행은 나에게 충격적인 가르침과 경험이 되었다.

나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장애의 정도가 심해 청각장애 2급이라는 중증장애인으로서 세상의 그 어떤 소리도 귀로는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번 우먼리더십 캠프에 참가하는 동안 모든 토론의 과정과 특별강의, 대화의 장, 레크리에이션 등은 내가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볼 수 있는 하나의 그림과 영화인 듯 내 눈 안으로 들어왔다. 주최측에서 지원해준 수화통역사와 마치 한몸이 되다시피 하여 호흡을 맞춰 가야 했고, 시시때때 오가는 말, 상황들은 수화를 통해 이해하고 습득하고 내 생각과 말들도 수화를 통해 전해졌다. 여성의 운동과 사회에서의 여성의 권리찾기 운동이 당연히 제 갈 길을 가고 있으며, 갈 길 위에 놓여져 있는 돌들을 사회의 힘으로 뭉쳐 하나하나 치워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행사 역시 그 돌들을 치워 나가기 위한 힘을 기르는 행사라는 점에서 참 긍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동안 내가 모르고 지냈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지나쳤던 문제들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데에 적잖은 자극과 충격을 받았고 그러한 고민이 꼭 필요하고 고민에 대한 대답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와는 별개의 문제, 나는 상관없는 문제,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들이 여성 운동에 역행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내 습관과 생각과 태도에 고착화되어 있는 고정관념들을 하나하나 버려야 하겠다는 도전의식도 생겼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장애여성과는 동떨어진 느낌도 들었다. 전체 장애인의 권리와 복리증진이 우선 과제이다 보니 여성장애인에 대한 문제들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에도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별도의 여력을 발휘할 수 없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복지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목이 마른 장애여성의 다양한 문제들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되어 내 어깨에 드리워진 것 같다.

‘장애여성’의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들의 욕구와 목소리가 어느 곳에도 전달될 수 없는만큼 우리 장애여성 스스로가 비장애인들의 여러 가지 여성권리 회복 운동에 발맞추어 장애여성으로서 사회의 귀추를 주목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기회의 균등은 여성의 권리 주장에서 반드시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니만큼 장애와 장애여성도 여러 가지 각도의 ‘기회의 균등’을 권리로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의 경우처럼 사회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다름의 차이를 최소화하여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토론을 하는 캠프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참 긍정적인 일이고, 다름으로 인하여 기회의 균등에서 배제되는 장애인에게 이번처럼 주최측이 유급수화통역사를 섭외해 주고 관심과 배려로 마지막까지 캠프를 통해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 준 점은 아마 지금껏 여타의 행사나 교육, 캠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적 발전이 될 상태라고 극찬을 하더라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행사가 자주 개최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캠프에 참가하여 역량을 키워 나갔으면 좋겠고 나 또한 이러한 캠프를 더욱 자주 찾고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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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씨
김명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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