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氣鬱)과 허물
기울(氣鬱)과 허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예로부터 ‘배(腹)가 편해야 몸이 편하다’고 했다.

이곳을 통해 모든 음식물이 소화되고 흡수된다.

쉬도 때도 없이 노폐물도 처리된다.

이렇게 에너지 순환이 잘 이뤄져야 하는 곳이다.

반대로 남이 잘 되면 배가 아프다는 말도 있다.

사촌이 땅을 사니 못마땅하여 심술이 나서 가만 있지를 못한다는 뜻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곳이기도 하다.

한방의들은 배의 이런저런 독소들을 제때 풀어주어야 한다고 자문한다.

결국 배를 잘 다스리면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기상하기 전 반드시 손으로 배를 문질렀다고 전해진다.

▲한방요법이 매스컴에 단골로 소개되면서 이젠 양방처럼 가정의학으로 자리잡았다.

의술을 한 번 읽고 어찌 깨달을 수 있으랴마는 그 기본원리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대표적으로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則痛, 通則不痛)’이란 말이 있다.

기의 순환이 몸 어딘가에 막혀 원활하지 않으면 아픔이 생기고, 그 기운이 몸 아래로 잘 통하면 아플 일이 없다는 뜻이다.

상식적인 말 속에 심오한 진리를 내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을 물 흐르듯 순리(順理)를 강조하고 있다.

마치 인생사를 꿰뚫고 있는 명언 같다.

▲여기서 기 순환이 정체되는 현상을 ‘기울(氣鬱)’이라 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해지는 병증이다.

마찬가지로 사람 사이에도 ‘기울’처럼 ‘허물’이라는 것이 있다.

‘허물이 없다’는 말은 만나면 편안한 사이를 일컫는다.

그런 사람과 함께 하면 긴장이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제주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스트레스만 팍팍 오르니 누구도 만나기 싫은 나날들이다.

그래도 저녁 선선할 즈음에 친구랑 막걸리 한 잔을 나누며 가식의 허물을 벗고 싶다.

‘기울’이 뚫리고, ‘허물’이 없고자 노력하건만 갈수록 지난(至難)할 뿐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