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자기 것이라고 다투다가 좀처럼 끝나지 않자, 지혜롭다는 원숭이에게 찾아가 결판을 내리기로 했다.
재판을 부탁받은 원숭이는 공평하게 나눈다면서 고기를 반으로 잘랐는데, 한 쪽은 크게 다른 한 쪽은 작게 잘랐다. 그러고는 큰 것을 작은 것과 같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큰 것에서 한 토막을 잘라내어 자기가 먹어 버렸다.
그런 다음에 다시 비교해보니 이번에는 작았던 것이 더 커져 있는 것이다. 원숭이는 또 한 토막을 잘라 비교하고 되풀이하여 고기를 혼자 다 먹어 버리고 도망을 해버렸다.
▲이 이야기는 우리 민담에 ‘원숭이 재판’으로 전승되어 오는 내용이다.
동물담 중에 이른바 지략담(智略譚)에 속하는 것으로 멍청한 녀석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약은 녀석을 속이는 ‘속을 만한 데 속이기’의 유형이다.
꾀 많은 여우와 사나운 이리가 ‘공평(公平)’이란 명분과 상대방보다 적게 먹지 않겠다는 욕심에 몰입된 나머지 전체의 몫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 설화는 다툼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이득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숭이가 살지 않았다.
그런 때문인지 원숭이와 관련된 민담은 상당히 드물다.
이 ‘원숭이 재판’은 전체의 상황을 보지 않고 오로지 자기 눈앞의 이익만을 다투다가는 결국 그 조그마한 이익마저도 놓치고 만다는 교훈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원숭이는 이 설화에서 그 교활성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욕심과 이기를 징계하는 지혜의 상징이 되고 있다. 원숭이가 도망가고 난 후, 여우와 이리의 표정을 생각하면서 한여름 찌는 더위를 조금 잊어본다.
▲그런데 정부가 제주도를 ‘원숭이 섬’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소식이다.
식품의약품안정청과 제주도가 구상 중인 원숭이 섬 계획은 ‘국립 영장류 종합연구단지 조성’이다.
2014년까지 2100억원을 투입해 20만평의 부지에 8000마리에서 1만마리를 기른다는 것이다.
가히 원숭이 섬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되면 이 섬에 살고 있는 여우와 이리들의 밥그릇 싸움도 결판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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