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지신(移木之信)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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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지신(移木之信)이라는 말이 있다. 약속을 한 것은 반드시 시행함으로써 남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다는 뜻이다.

중국 진(秦)나라 효공(孝公) 때 상앙이란 명재상이 있었다. 그는 위(衛)나라의 공족(公族) 출신으로 법률에 밝았는데 특히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한 부국강병책을 펴 천하통일의 기틀을 다진 정치가이기도 했다.

한 번은 상앙이 재상으로 있을 때 법률 하나를 제정했으나 이를 즉시 공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 법률을 백성들이 믿어줄지 그것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상앙은 백성들이 이 법률을 믿게 하기 위한 한 가지 계책을 만들었는데 남문에 길이 3장(三丈:약 9m)에 이르는 나무를 세워 놓고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겨 놓는 사람에게는 10금을 주겠다”고 써 붙였다.

그러나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 아무도 나무를 옮기려고 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앙은 다시 상금을 50금으로 늘렸는데 한 사람이 반신반의 하면서 나무를 옮겼다. 상앙은 즉시 그에게 약속한 상금을 줬다고 한다.

이렇듯 상앙은 백성을 절대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새로운 법률을 공포했다.

그러자 법률을 어기려는 사람이 없었고 그 법률은 잘 시행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정치는 백성을 속이지 않아야 하고 믿음을 줘야 한다는 교훈을 내려주고 있는 의미이다.

그러나 요즘 제주사회는 이러한 교훈을 무색하게 하는 일이 벌어져 가뜩이나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짜증이 날 대로 난 제주도민들을 더욱 열받게 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28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혁신세계포럼 준비위원회를 열어 내년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제6차 정부혁신세계포럼 개최지를 서울로 최종 확정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혁신세계포럼의 제주유치는 제주도민들이 원해서 시작된 일이 아니다.

정부혁신세계포럼 제주유치는 제주도에서 먼저 앞장서 유치하겠다고 나선 게 아니라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스스로 ‘제주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사안이다.

지난 4월 26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을 시작으로 신기남 의장,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제주 개최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최근에는 한.일 정상회담차 제주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김태환 지사 등과 오찬을 하면서 제주유치에 대한 건의를 받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때문에 제주도민들은 정부혁신세계포럼의 제주 개최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지만 정부혁신세계포럼의 개최지는 서울로 최종 결정됐으며 서울과의 경쟁에서 탈락한 이후 제주도민들이 느끼는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는 한층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김호영 준비기획단장의 “지난해 11월 이미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됐는데 정치권에서 제주 개최를 언급해 당혹스러웠다”는 언급을 접한 도민사회에서는 “정부와 집권당이 어떻게 제주도민들을 이렇게까지 우롱할 수 있느냐”며 분노에 차 있다.

도내 시민단체들도 정부혁신세계포럼 개최지 결정일을 ‘제주 푸대접의 날’로 규정하고 도민을 우롱한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다.

결국 제주도민들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 실패에 이어 정부혁신세계포럼까지 유치에 실패함으로써 두 번의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백성을 위하는 정치는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만 백성들이 위정자들을 믿고 따르게 되는 것이다.

정치권이 정부가 입에 발린 소리로 백성을 속인다면 앞으로 어느 누가 정부의 정책에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시행함으로써 남을 속이지 않는다는 이목지신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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