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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씨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브릿지' 참여...말라위서 2년간 교육사업
▲ 아프리카 풀뿌리교육발전사업인 브릿지 프로그램 제1기 지역활동가 신분으로 10월 7일 아프리카 말라위로 떠나는 김유정씨.

“심장이 뛰는 방향을 선택했어요.” 표정과 말투부터 재기발랄한 김유정씨(22)의 기억이 고교시절로 거슬러 오르더니, 인생진로로 고민하던 갈등의 시간에 잇닿았다.

 

“엄마아빠는 딸이 의사가 되길 원했어요.” 마침 친구와도 불편했고 성적마저 떨어진 그땐 정말 질풍노도의 연속이었다고.

 

늘 책을 벗하던 그의 시선은 꽤 넓은 세상을 응시했고 국제 분쟁이나 기아를 해소하는 현장에 서는 미래를 꿈꿨다. 한비야의 책을 탐독하던 김씨의 가슴에 비정부기구(NGO)가 투영됐다. “제주를 넘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싶었어요.”

 

진중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앞날을 설계하길 거듭한 끝에 그녀는 호주로 떠났고 대학에서 국제개발학을 전공, 최근 ‘코스모스 졸업’했다.

 

김씨가 10월 7일 아프리카 말라위로 떠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한국국제협력단, 삼성전자가 시행하는 아프리카 풀뿌리교육발전사업인 브릿지(BRIDGE)프로그램의 제1기 지역활동가 신분으로다.

 

“전국에서 젊은이 18명이 선발돼 50일간 경기도 이천 유네스코평화센터에서 합숙 훈련했어요. 현지어를 학습하고 옥수수줄기 태워 숯 만들기와 자전거페달로 우물물 끌어올리기 등 실생활 정보를 체험하고 익혔습니다.”

 

이들은 말라위와 남아공, 레소토, 르완다, 짐바브웨, 잠비아 등 아프리카 6개국의 18곳 지역에 한 명씩 파견돼 현지 NGO와 연계, 2년 동안 문맹 퇴치와 지역 개발을 지원한다. 이들 활동가 중 제주출신은 김씨가 유일하다.

 

아프리카, 그중에도 낙후지역에 사는 것이 그리 녹록할까. 스물을 갓 넘긴 여성으로서 걱정 안 되냐는 물음에 김씨는 대뜸 “이미 호주에서 4년 살았다”며 ‘준비된 활동가’의 마인드를 명랑한 톤으로 풀어냈다.

 

내면에서 NGO 자질을 오래 담금질한 듯 ‘세계 공존론’이 술술 흘러나왔다.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등 배타적 시각은 금물이죠.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공존과 공생의 전제조건이죠. 개인적으로는 크리스천이지만 기독교가 절대 옳다, 이런 신념은 버립니다. 무슬림도 불교도 있잖아요. ‘다름’이 인정될 때 ‘함께’가 시작되죠. 비교와 우열 가늠은 갈등의 시발이에요.”

 

외모와 문화가 크게 달라도 공통점을 찾고 부각하며 그곳 주민 속으로 스며들 자신이 있다며 그녀는 ‘비장의 카드’로는 “음~ 열린 마음, 또 친화력?”이라고 너스레 떨며 까르르 웃었다.

 

특히 김씨는 브릿지 활동은 봉사와는 다르다고 역설했다.

 

예컨대 우물파기 등 구체적 성격의 사업과 달리 브릿지 활동은 교육이란 틀만 설정했지 세부 지침은 전혀 없다며 현지인이 처한 교육환경과 형편, 인적 자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그들과 협의해 ‘지속가능한 교육’을 전개한다는 강조다.

 

“평생 우리가 거기 머물 게 아니잖아요. 그들이 스스로 토론하며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자신들만 남았을 때 교육자립을 이루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주민공동체 조직운동이 핵심이랍니다. ‘고기 잡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도록 돕는 것이죠.”

 

한국 사회에서 개발이란 단어와 부정적 이미지와의 중첩을 고려, 영어 ‘development’의 본래 뜻과 세계에서 통용되는 의미를 설명한 그녀는 “문화와 환경, 삶 등이 ‘스스로 피어나도록 가꾸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싶다”며, 아프리카 개발의 밑그림에서 브릿지 활동은 ‘구도 잡기’라고 비유했다.

 

30.40년쯤 후 김씨는 어떤 모습일까. “NGO를 창설하고 싶어요. 마을과 지역 단위의 풀뿌리 NGO에요.”
그 연장선상에 그녀가 꿈꾸는 세상이 놓여있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세상이에요. 교육이든 선거든 취업이든, 모든 면에서 불편부당한 곳이죠. 사람 중심의 세상 말이죠.”

 

바야흐로 한 제주아가씨의 공정한 세계를 향한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강인한 제주인 DNA가 무기죠. 저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거예요.” 김씨의 심장이 팔딱팔딱 뛰고 있다.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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