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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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먹고 싶은 음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내려오는 친구들은 으레 자리물회 먹으러 가자곤 했다.

이제는 서울에도 제주향토음식점이 들어서고 택배로 배달된 제주음식이 저녁상에도 오른다. 물론 일본이나 미국 등 현지 제주출신 교민사회에도 이런 음식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쪽에는 아직 이 같은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는 평소 자리물회가 그토록 먹고 싶었다 한다.

그가 40년 만에 제주 땅을 밟았던 지난 3일 그를 위한 환영회 메뉴 역시 고향음식이었다. 그는 어릴 적 도두동을 회상하며 인근 식당에서 자리회, 자리물회, 자리젓에다 한라산 소주까지 곁들여진 제주의 맛에 흠뻑 취했다 한다.

▲제주의 향토음식은 타시.도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바람.가뭄.물의 삼재(三災)로 인해 식생활이 궁핍했음에도 음식 하나하나에는 조상들의 지혜가 물씬 배어난다.

조리법은 간단하고, 단순했다. 일상이 바쁘고 일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양념을 적게 사용하고 주로 된장으로 간을 맞췄다. 양념을 적게 하는 것은 음식 고유의 제 맛을 내고자 함이다.

냉국이나 물회 등 날음식이 많았다.

그러나 반찬 수는 많지 않았다.

사람의 손길을 가능한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제주의 여건상 계절마다 별식을 만들어 먹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나름대로 건강을 유지하며 어려운 생활환경을 이겨내는 음식들도 적지 않았다.

여름철에는 ‘개역(미숫가루)’, ‘우미(寒天.우무)’, ‘쉰다리(순다리)’ 등이 필수였다.

‘개역’은 제주의 대표적인 세시음식으로 찬밥에 비비거나 물에 타서 먹었다.

우뭇가사리로 만든 ‘우미’는 더위를 식히는 음식이라 해서 별미로 만들어 먹었다.

‘쉰다리’는 쉰보리밥과 누룩을 적당량 섞어 발효시켜 만든 것이다. 맛은 감주보다 덜 달고 새큼하다. 더운 날 갈증을 풀어주는 최고의 음료수이자 소화제였다.

지금 도내 곳곳에는 마을 청년회 등이 주최하는 여름축제가 한창이다.

축제의 장엔 ‘개역’도 보이고, ‘우미’도 가끔 보이지만, ‘쉰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내년 축제엔 ‘쉰다리’로 목을 축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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