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 개편의 반대(2):실익이 없다
구역 개편의 반대(2):실익이 없다
  • 양영철
  • 승인 200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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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구역을 개편하면 비용이 줄어든다고 한다.

구역이 확대되고 계층이 줄어들면 공무원 수와 기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비용은 자연히 줄어든다는 논리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실제는 결코 이렇게 비용 절감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비용이 더욱 증가하는 사례도 많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공무원 수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공무원 수는 줄어들지 않고 늘어날 뿐이다라는 것은 법칙으로 통한다.
행정학에서는 이를 킹슬러 법칙이라고 한다. 김대중 정부가 가장 치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공공기관 구조조정이다.
공무원 수를 3만명 이상 줄였다고 자랑을 했다.

그러나 며칠 전 우리는 공무원 수가 김영삼 정부보다 김대중 정부에 와서 6600명이 늘어났다는 기사를 보았다.

킹슬러 법칙이 맞았음을 또 한 번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무원 수가 줄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구역을 개편하고 계층을 줄이면서 공직자의 동요를 막기 위하여 공무원의 신분보장 선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구역과 계층을 통합하더라도 공무원 수는 결코 줄이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여야 한다.

다른 나라, 심지어 우리나라와는 공무원 신분보장제도가 불안한 미국에서도 구역 통합을 할 때는 이 선언을 맨 처음 한다.
기구도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것 같지만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줄어드는 척 할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구조조정과정에서 숱하게 보았다.

시와 군이 도로 통합되면 제주시청을 비롯해 서귀포시청, 북제주군청과 남제주군청은 당연히 없어지거나 아니면 훨씬 축소되어야 하는데 불가능한 기대다.

그래서 비용은 줄어들 수 없는 것이다.

반면에 오히려 비용이 증가되는 사례를 본다.

통합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미국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 도시 주변에 있는 클라크 카운티 통합연구에 따르면 이사비 약 47만달러(약 5억원), 통합에 따른 외주에 약 490만달러(약 57억원)가 추가로 들었다.
통합 후 5년 간 경상비 지출이 27.6% 증가했다.
통합 전인 1990년에 운영비(operating expenditures)가 5037만달러(약 6100억원)던 것이 1997년에는 6550만달러(약 7000억원)로 증가된 것이다.

이외에도 증가된 부분은 매우 많다.
제주도가 하나의 구역과 계층으로 통합된다 하더라도 비용이 반드시 줄어든다는 전제는 오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많다.

다시 말하면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구역 통합을 한다는 것은 틀릴 확률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농촌지역이 어려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지역정책 중에 가장 고민거리는 농촌지역과 도시지역 간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다.
이 노력의 일환으로 1995년 도.농 통합이라는 대대적인 구역 개편을 했다. 무려 40개 지역이 주민투표에 의하여 구역이 통합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도시 중심으로 행정이 이루어졌고, 대신에 도시 혐오시설만 농촌지역으로 이전됐다.

그럴 수밖에 없다.
도시가 농촌보다 유권자 수가 많기 때문에 자치단체장의 관심은 자연히 농촌보다 도시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원 수도 도시가 훨씬 많지 않는가.
따라서 지방행정은 도시 중심으로 될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특히 국제자유도시가 도시 중심으로 운영되는 체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농촌의 특성을 반영하는 군과 같은 기초자치단체를 없애는 것은 농촌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현재처럼 농촌 중심의 행정은 군에서, 도시 중심의 행정은 시에서, 보완.조정.기획.광역적 사무는 도에서, 이렇게 정책 분업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행정이 독점이 된다는 점이다.

도라는 조직이 하나면 이로 인한 독점 폐해는 매우 많을 수밖에 없다.
현재도 전.현직 도지사 간 감정의 골 때문에 도민들이 지긋지긋할 정도다.

만약에 도 하나로 통합된다면 도지사의 선거는 문자 그대로 전쟁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한 골을 누가 메울 수 있겠는가. 더욱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또 하나 있다.

국제자유도시가 진행되면 하와이처럼 외부 세력이 도지사 하나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도지사와 도의회만 로비를 한다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때가 되면 제주도민들의 꿈은 접어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지방정치가들은 돈 많은 사업가에 의하여 후원을 받게 되고 대신 그들에게만 특혜를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 강조하건대 통합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금은 국제자유도시의 틀을 짜도 힘들 때다.
왜 이렇게 한곳으로 힘을 집중해도 모자랄 때 또 다시 어려운 구역 통합을 시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지방정치가와 행정가들은 실익 없는 구역 통합보다 국제자유도시에 맞는 도.시.군 행정체제의 정비, 인력 양성 등 자치단체의 체질 강화에 우선 힘쓰시라고 충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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