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절실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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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한테 배우라는 얘기가 있다. 아무리 모진 겨울이 닥쳐와도 봄은 오듯이, 생명이 있으면 어김없이 꽃이 피어난다는 사실에서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은 절정의 순간이기도 하다. 매 순간이 끝이 아니고 목표를 향한 출발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는 꽃이 지고 나서야 새로운 희망과 절정의 의미를 뒤늦게 알아차리곤 한다.

정현종 시인은 말한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 였을지도 모르는데…/(중략)/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중략)/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에서)

▲꽃과 벌과 나비와의 관계도 새삼 귀 기울여볼 일이다. 벌과 나비는 꽃을 찾아 이동을 한다. 꿀을 얻기 위해서다. 꽃도 벌과 나비를 필요로 한다. 암수 번식을 위해선 꽃가루받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꽃은 이동성이 없다. 때문에 벌과 나비들이 경쟁하듯 찾아온다. 그러면 꽃은 향기로운 꿀을 제공한다.

사람들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이를 테면 매력적인 사람한테 항상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식이다. 결국 매력적인 사람에겐 꽃의 꿀과 같은 장점이 있다는 얘기다. 장점 가운데 하나는 상대를 인정해주는 편안함이 아닌가 싶다.

▲독일 성직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의 탁상어록에 나오는 한 토막의 이야기다. <두 마리의 양이 강물 위에 놓인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쳤다. 다리가 워낙 좁아서 두 양은 서로 비켜서 건널 수 없었다. 서로를 한참 바라보다 한 양이 지혜를 내냈다. 상대방에게 눈짓을 하고는 다리 위에 바짝 엎드렸다. 다른 양이 그 위를 밟고 통과했다. 이렇게 해서 두 양은 무사히 외나무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우리사회도 때때로 외나무다리와 맞닥뜨리곤 한다. 그럴 때 먼저 엎드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지혜는 대화와 타협 그리고 양보의 미덕이다. 개인적으론 꽃한테 배우는 지혜가, 지역적으론 양한테 배우는 지혜가 절실한 제주사회다.

김범훈 논설실장 kimbh@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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