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을 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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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금명간 그 안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을 시작으로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도민에겐 엄청난 도전이면서 모험의 대상인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의 완전한 새 판 짜기’를 의미한다.

그러니 이를 ‘혁명’으로까지 비유하는 이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밑그림이라 할 수 있는 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을 자세히 들어다보니 이러한 비유가 틀리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방분권 로드맵이 대단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이 로드맵에서 한두 단계 업그레이드된 내용으로 특별자치도 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어 가히 혁신적인 내용이 그 안에 담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예로 특별자치도 업무를 챙기는 도청 실무 부서 공무원들은 생소한 이 업무처리에 헉헉거린다.

관련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하고, 검토하면서 추진일정을 짜고 있다.

사석에서 한 관계자는 “요즘은 수험생이 된 기분”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 일선의 실무자가 파김치가 될 정도로 특별자치도 안이 방대하고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방대하다 해서 주눅 들 필요는 없다.

큰 틀에서 하나 하나 짚고, 세부 내용을 살피는 순서로 도민 공감대를 형성하면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별자치도에 대한 도민 관심이다. 도민 관심이 특별자치도 추진의 모든 키다.

그러나 이와 관련, 제주사회는 썩 좋지 않은 경험을 몇 차례 했다.

1990년대 이후 제주도개발특별법과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정 등의 과정에서 형성된 도민 기대감이 법 집행과정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도내 금융업계의 한 인사는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되면 특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들을 하는데 어디 한두 번 속았나”라며 “일찌감치 큰 기대는 접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금융계 인사답게 그는 “핵심은 돈”이라며 “재정확충방안이나 제대로 그 안에 제시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뼈있는 지적이었다.

특별자치도에 대한 도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선 그동안의 쓰라린 경험을 위로할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치밀한 추진전략이 요구된다.

중구난방식 토론이나 주장은 사공이 많은 배처럼 논의의 초점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주도당국은 세 가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도당국이 마련한 추진 일정에 도당국 스스로가 얽매이지 말았으면 한다.

쟁점에 대한 충분한 논의로 내부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지, 일정에 꿰맞춘 밀어붙이기식은 곤란하다. 이는 또 다른 논란거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의의 진행과정을 살펴 추진일정을 재조정하는 유연성도 요구된다.

두 번째는 충분한 정보공유다. 정확한 정보가 논의를 올바른 길로 이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윗사람만 바라보는 식의 일 처리가 없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론 치열한 논쟁을 피해선 안 된다. 논쟁이 뜨겁게 진행될수록 도민들은 특별자치도의 본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음을 도당국은 알아야 한다. 피 말리는 논쟁에서 일단 벗어나 보겠다는 전략은 본질을 묻어둬 더 큰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특별자치도는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에게도 무거운 주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도민간에 첨예한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다.

도민 모두가 주체가 돼 정면으로 제주미래와 직결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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