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과 인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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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초등학생(과거 국민학생)이 가장 많이 틀렸던 시험문제는 무엇일까.

아마도 1970년대 ‘국민교육헌장’에서 제출됐던 ‘계발’이 아니었나 싶다.

문제 형태는 이렇다.

국민교육헌장 중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 )하고’ 중에서 괄호안에 들어갈 말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다.

당시 60명이 넘던 한 학급에서 2~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개발’로 써 틀렸던 기억이 새롭다.

‘개발’과 ‘계발’을 구분하기에 초등학생은 너무 어렸지 않았나 싶다.

사실 개발은 토지나 천연자원 등을 유용하게 만드는 등 물질적 발전이 포함된 단어다.

이에 반해 계발은 슬기나 재능, 사상 등을 일깨워 주는 말로 정신적 향상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런데 1970대는 ‘계발’이 아닌 ‘개발’의 시대였다. 이것도 개발하자고 하고, 저것도 개발하자고 하던 시대여서 ‘개발’이 각인돼 있었다.

많은 초등학생이 ‘계발’ 대신 ‘개발’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또한 당시는 ‘국민교육헌장’ 등을 통해 국가가 국민을 계몽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렇게 달달 외웠던 ‘국민교육헌장’을 지금도 외울 수 있는 우리 또래는 몇 명이나 될까.

또한 당시는 학생들의 인권이 많이 무시됐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중·고교 수업 중 껌을 씹다 걸리면 어떤 벌이 있을 것이라고 학생들은 알았다.

씹었던 껌은 이마 쪽 머리 부위에서 뒤통수에 이르기까지 고속도로처럼 머리에 붙여진다.

그 껌을 떼기란 무척 힘들었다.

그래서 머리를 아주 짧게 밀고 학교에 가면 반항한다는 얘기가 나오던 시대였다.

물론 과거의 얘기고, 일부 학교, 일부 교사의 일이다.

시대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의식도 향상되는 만큼 학생들의 인권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해온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제정안이 최근 경기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학생인권조례는 내년 1학기부터 전국 최초로 경기도에서 시행된다.

주요 조례내용을 보면 초·중·고 내 체벌 금지, 학생 두발 길이 규제 금지, 학생 동의 없는 일기장·개인수첩 등 사적 기록물 열람 금지, 야간 자율학습·보충수업 강제 금지,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규제 금지 등이다.

또한 학생에게는 양심·종교의 자유가 있는 만큼 강제로 반성문, 서약서를 쓰게 하거나 종교행사에 참여토록 하고, 종교과목을 들으라고 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부분 이뤄지고 있는 것들이다.

특히 학생이건 교사이건 남의 일기장을 보려는 자체가 천박한 행위다.

일기장은 곧 한 개인의 분신이며 양심이다. 이것을 왜 다른 사람이 보려하는가.

다른 사람이 보는 순간부터 일기장이 아니다. ‘일기장 검사’라는 말 자체가 없어야 한다.

한편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느끼는 학생은 앞으로 신설될 ‘학생인권옹호관’에게 상담과 조사를 청구할 수 있고, 청원이 있으면 학생인권옹호관, 학교장, 교육감은 내용을 심사해 처리결과를 통보해줘야 한다고 한다.

이 같은 조례제정은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시행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박상섭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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