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곁에 있으니 오래 사셔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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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우리가 곁에 있으니 오래 사셔야 돼요.”

19일 제주시 중앙병원 중환자실.
폐암 말기로 입원한 고은길 할아버지(64.장애 1급)가 무심코 내뱉는 말에 제주시자활후견기관(보건복지부 지정)의 간병도우미 회장을 맡고 있는 김금선씨(50.여)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한 쪽 팔이 없는 고 할아버지 주위에는 김 회장 외에도 간병도우미로 일하는 현은영(42.여), 임귀옥(44.〃), 박병자(38.〃)씨가 함께 해 식사를 거들고 산소 호스를 점검해 주었다.

녹색 가운을 입은 간병도우미들과 이들이 돌보는 환자에게는 공통분모가 있다.

모두 생계가 어렵다는 것.
이들 간병도우미는 자활근로 참여를 전제로 정부 보조금을 받는 ‘조건부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들로서 건강보험료.자녀 학비는 보장받으나 한 달 50만원 이하의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 나간다.

환자들도 기초생활수급권자, 홀로 사는 노인 등 절대빈곤층으로 대개는 행려병자였다가 동사무소 등을 통해 병원에 입원했지만 이미 말기 암 또는 중병에 걸린 상태다.

간병도우미들은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의 식사 수발, 목욕, 대.소변 처리는 물론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살리기 위해 사랑과 정성을 쏟아붓고 있다.
딸과 며느리처럼 간병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도 힘들고 어려운 입장에 있다보니 환자들과 마음이 통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파킨슨병을 앓던 남편(작고)을 7년간 간병했으며 임씨와 박씨의 남편은 몸이 아파 집에 누워 있고 현씨는 남편과 사별해 홀로 남매를 키우고 있다.

박씨는 “‘집에 가도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계속 입원하면 안 되겠느냐’고 매일 얘기하던 한 할머니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침에 시트를 갈려고 입원실에 갔을 때 빈 병상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면서 “특히 평생을 힘들고 가난하게 살았던 환자들이 하늘나라로 갈 때면 며칠간 힘이 안 난다”고 김 회장은 눈시울을 붉혔다.

오늘도 ‘녹색 가운의 천사들’은 한가위 보름달보다 더 크고 밝은 희망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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