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파동 이후 생각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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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기 농협 제주본부 부본부장>

최근 배추를 비롯한 신선 채소류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는 물론이고 정부가 화들짝 놀란 표정이다. 소비지에서 배추 상품 한 포기가 1만원을 넘어섰다고 하니 김치가 우리 식단의 필수품인 점을 감안하면 걱정이 될 만도 하다. 채소 값이 오른 것은 이상기후로 여름철 무더위와 폭우가 장기간 지속된 데다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산지 작황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무관세 긴급수입 등으로 중국산 배추 공급을 늘리는 등 소비지 신선 채소값 안정을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하고 양자의 입장에서 정책적 균형을 맞춰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일시적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한 대책이니 이해가 될 법도 하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지난 1일 통계청이 9월의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하면서 “전년 동월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6%로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9%가 농산물 가격 상승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는 점이다. 배추를 비롯한 신선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영농자재비, 대학 등록금이 올라 서민들의 허리가 휘어져도 물가 걱정을 안 하는데 농산물 가격이 조금 오르니 물가의 주범으로 돌리는 것은 이미 식상한 시나리오다.

농산물 ‘가격 쇼크’라는 배추 파동과 정부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은 정부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농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사실 배추, 무, 상추, 마늘 등은 우리 식탁의 부식에 불과하다.

농가의 심리적 요인이든 자연재해 등 어떠한 요인에 의해 주식인 쌀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가격이 폭등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더구나 올해는 세계 곳곳이 기상재해와 산불 등으로 러시아, 중국, 브라질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이 수출금지 조치를 내린 점에서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절실한 현실의 문제이다.

둘째는 태풍과 국지성 호우 등 우리나라 기후가 급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체계적인 자연재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시설농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품종개량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재해보험 확대 등 농가의 위험관리에 대한 총체적 시스템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농산물 유통구조의 지속적인 개선이다. 산지에서는 APC(거점산지유통센터) 등 상품화 인프라를 늘리고 원격 유통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소비지에서는 시장경쟁 촉진을 통해 소비시장이 독점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생산지와 소비지 가격의 차이를 줄 일 수 있다.

넷째는 농업인들의 영농의욕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9년 기준 농가교역 조건 지수가 83.9에 불과하다. 농가의 채산성이 그만큼 안 좋다는 것이니 농사를 지을 의욕이 생길 수 없다. 올해 들어 과일·채소류 중심으로 농산물가격이 좋았다고는 하나 저온·고온현상과 폭우 등 자연재해에 따른 생산량의 큰 폭 감소로 실질소득 증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수입보전 직불제 도입, 농지규모화 지원, 젊은 후계농 육성, 고령농업인 복지증진을 통해 농업생산 의욕을 높이고 농촌을 활력화 시켜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제쳐 두고 농산물 가격의 일시적 오름세를 꺾기 위해 단기적 대책에만 급급한다면 오히려 농업인들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지속적인 식량안보를 위해서나 농산물가격의 일시적 급등에 또다시 화들짝 놀라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긴 안목에서 우리 농업의 미래를 깊이 성찰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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