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의선인은 나무하러 가는 머슴살이 총각을 만났다. 총각의 얼굴엔 온통 죽음의 그림자가 어려 있었다. 마의선인은 오래지 않아 세상을 뜨게 될 것 같으니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이에 낙심하던 총각은 마침 계곡물에 떠내려 오는 나무껍질을 보았다. 껍질 속엔 많은 개미떼가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총각은 자신의 처지와 같은 개미떼에 연민의 정을 느끼고 개미떼를 모두 살려주었다.
다시 어느 날, 마의선인은 총각과 마주 쳤다. 어찌된 영문인지 총각의 얼굴은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으로 변해 있었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로서 회화· 조각·철학 등에서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의 일이다. 예수의 열 두 제자들을 한 사람씩 잘 그려나갔으나 정작 예수상을 그리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런 어느 날 예수상에 적합한 모델을 발견하곤 그림을 완성해 나갔다. 이번엔 예수를 배반하게 될 가롯 유다를 그리기가 문제였다. 다시 어렵사리 모델을 찾아내곤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예수상의 모델과 가루 유다의 모델이 다른 사람이 아닌 동일인이었다고 한다.
▲예전엔 생긴 대로 산다고들 했다. 요즘엔 사는 대로 생긴다고 한다. 수동적 운명관이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얼굴 경영이란 말까지 등장하는 판이다. 꽃미남, 자연미인 등 얼굴을 빼놓으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싫든 좋든 얼굴이 권력화하는 시대가 된 듯하다.
그러나 ‘마의상법’은 ‘상호불여신호(相好不如身好) 신호불여심호(身好不如心好)’라고 갈파했다. 얼굴 잘 생긴 게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게 마음씨 착한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관상보다는 심상(心相)이 제일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대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때 조직을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충성하는 사람을 뽑는 관상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관상이란 마음먹기에 따라 변할 터인데도 말이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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