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골프 성지로…
제주도를 골프 성지로…
  • 제주신보
  • 승인 201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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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세계 100대 골프장 선정위원/나인브릿지 대표이사>

2003년 6월, 스코틀랜드의 명문 골프클럽 ‘세인트앤드루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20여 년 전 우연히 골프와 인연을 맺고 지금 골프로 밥을 먹고 사는 몸으로서 세인트앤드루스 방문은 아직도 진한 감동으로 남아있다.

골프가 시작되고, 룰이 만들어진 ‘골프의 고향’. 세계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디오픈(브리티시오픈)이 개최되고, 600년 골프 역사가 소롯이 잔디 밑에서 살아숨쉬는 곳. 그래서 골퍼라면 누구나 성지순례처럼 찾아가보고 싶은 곳이다.

스코틀랜드 수도 에딘러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세인트앤드루스시는 바다를 끼고 있는 작은 도시이다. 인구가 2만명, 우리로 치면 읍·면 정도다.

이 작은 도시가 세계에서 몰려든 골퍼와 관광객들로 1년 내내 북적인다.

특히 디오픈이 개최되는 해는 방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이들이 뿌리고 가는 한 해 관광수입은 시 예산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이 대회를 주관하는 영국왕립 골프협회(R&A)는 관광수입 외에 순전히 약 600억원의 행사 수입을 올려 도시를 먹여 살리는데 크게 기여한다.

몇 백 년전, 비바람 잦은 황량한 들판에서 양떼를 몰던 목동들은 명품골프장 하나로 자기의 후손들이 배불리 먹을수 있다고 상상이나 했을까?

세인트앤드루스 여행 후 필자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제주이다. 까탈스런 기후를 극복하고 관광수입으로 100% 재정자립도를 달성한 이 도시야말로 제주도가 벤치마킹해야 할 좋은 롤 모델이다.

세인트앤드루스의 오늘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의 이름을 따 만든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의 명예와 전통, 골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 등 선조들이 남긴 골프 유산을 철저히 상품화한 마케팅 정신, 세계 100대 골프장 베스트 10안에 드는 명품 골프장을 갖고 있다는 시민들의 자존심, 골프산업 육성 발전을 위한 시 자치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등 이른바 3박자가 어우러진 합작품이다.

다행히 제주도도 한국 골프의 메카로 거듭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년 전 9개에 불과하던 골프장이 조만간 40여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제주를 찾는 골퍼인구도 2~3년 전에 비해 부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제주도 관광수입의 약 2조3000억원 중 골프가 유발하는 경제효과는 4000억원으로 거의 20%를 육박한다.

관광효자로서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이쯤에서 우리는 골프가 제주도와 도민에게 무엇이며, 또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진지하고 깊은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 골프를 통해 재정수입 확대는 물론 제주를 골프 성지화 하는데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골프장마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또 골프장 확대 정책에 따른 아름다운 자연경관 훼손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과중한 세제, 태부족의 항공편, 이외에 숙박시설 ,방문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서비스 개선도 시급하다.

단기처방으로 끝날 어느 한 부분의 문제가 아니라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문제들이다. 우리 앞에 놓인 이런 난제들을 풀어 가기 위해 필자는 민·관·기업·학계를 중심으로 한 ‘골프성지위원회’(가칭) 구성을 제안하고 싶다.

스코틀랜드 목동들의 후예들처럼 우리도 제주를 골프메카로 만들 수 있다.

머지 않은 날 제주를 방문한 한 외국인 골퍼가 쓴 감동의 ‘제주탐방기’를 읽는 것이 결코 꿈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