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항 2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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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훈 계간문예‘다층’편집인/시인>

성산포를 찾아온 관광객에게 물었다. “왜 성산포를 관광대상지로 선택 했는가”라고. 백이면 백사람 모두가 “제주의 대표적 세계자연유산 일출봉이 거기 있어서”라고 했다. 그곳에선 어떠한 불가능도 가능으로 이끌 것 같은 대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대 자연의 힘, 도대체 그게 무엇일까. 일출봉이 없다면 떠오르길 거부했음직한 아침 해를 보라. 그곳에 답이 보인다. 얼마나 장엄한가, 얼마나 당당한가, 얼마나 굳센가, 얼마나 너그러운가, 얼마나 자혜로운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마나 평화로운가, 이건 선이며 진리이며 구원이며 화평이다. 그 아침, 새벽안개 속을 헤집으며 목숨 걸듯 일어서는 힘찬 황소의 거친 숨결 같은 소섬(우도)머리의 역동적인 파도소리를 듣다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 건너 옷 앞섶을 매만지듯 다소곳한 모습으로 섭지코지 여린 물살을 업고 물질하는 해녀의 표정은 또 어떠한가. 그러나 이 모두는 한갓 상징일 뿐, 그 뒤로 사뿐 다가서는 올레길 1코스와 50만평의 오조리 철새도래지와 세계적 미항이라 해도 부끄럽지 않을 성산포항은 이들이 성산포를 찾는 이유를 더욱 돋보이게 함이다.

오늘도 이곳 성산포엔 적게는 4000~5000명, 많게는 1만여 명의 관광객이 성산항 한도교를 거쳐 일출봉에 오르거나 올레길 제1코스 마지막 종착지를 향하거나 또는 우도를 왕래하는 뱃길에 오르거나 조개체험어장 혹은 철새도래지를 찾거나 아니면 관광 낚시어선에 몸을 맡긴다. 이곳엔 그 흔한 골프장 하나 혹은 번듯한 호텔 같은 인위적 위락시설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밤낮없이 이곳을 찾는다. 왜 일까.

한마디로 살아있는 자연과 그 자연과 어우러진 환경의 힘일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 요즘 한 가지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길을 거쳐 가는 관광객 대부분의 표정이 왠지 ‘아니올시다’라는 표정이다.

그들이 거쳐 가는 곳은 일출봉의 현관인 성산항과 조선소가 있는 한도교 광장이다. 그곳엔 아무렇게나 이어 붙인 흉물스런 쇠파이프가 조선소 울타리를 대신하고 있고 그 위에 덧씌워진 너덜거리는 천들과 퇴색할 데로 퇴색해 버린 야외공연장 벽화와 퀴퀴한 기름 냄새와 곳곳에 널려있는 쓰레기들이 그것이다. 또한 조선소 폐어선 작업장에서는 폐어선들을 부셔대는 중장비들의 소음과 폐선들을 토막 내고 해체시킬 때 으깨지고 찢어지는 소름끼치는 굉음과 그 과정에 발생하는 석면가루와 폐유냄새를 관광객들은 싫든 좋든 폐 속까지 들여 마셔야 하고 귀청 따갑도록 들어야 하고 싫든 좋든 쳐다봐야만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폐선 해체사업허가를 할양이면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지붕 덮게, 방음, 방축, 폐유유출 방지 등을 엄격하게 준수토록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러한 현상이 이를 감시 감독하는 관계자들의 눈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인다는 데 있다. 제주도정은 오래전부터 자연환경보전이란 대 정책을 내걸고 지속적인 추진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더불어 2012년은 환경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제주WCC)까지 유치했다. 더불어 환경은 물론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어떤 정책이나 집행도 삼간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적 자연유산의 현관에 내동댕이쳐버린 자연 환경의 몰골은 어떠한가.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곳 조선소엔 폐어선 해체작업 같은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곳에 페어선 해체사업허가를 내준 것은 세계자연유산 보호정책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지금 그 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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