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논술고사와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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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이 30일 안으로 다가왔다. 수험생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 앞에서 초긴장이다. 이 같은 관심은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수능시험 비중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벌써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치열한 대입 경쟁의 한복판을 넘나들고 있다. 수시모집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전국 34개 대학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특히 수도권 소재 대학에 진학하고자 한다면 논술고사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도내 학생들에게 논술고사의 벽은 예상 외로 높기만 하다. 대학마다 자체적으로 치르는 논술을 보려면 ‘돈, 시간, 정보’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이 모든 것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수시모집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평균 5곳에서 많게는 12곳까지 원서를 접수시킨다고 한다. 원서 1장 값이 7만원선 임을 감안할 때 원서 값으로만 평균 35만원에서 최대 100만원 가까이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도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현지에서 치뤄지는 수시모집에 응시하기 위해 막대한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가 최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다른 지역에서 실시하는 논술고사를 치르기 위해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평균 경비(2인·2박3일 기준)는 수험생 1인당 평균 60만원선으로 산출됐다.

수시 1차와 2차에 모두 응시할 수도 있고, 수시 1차와 2차라 해도 시기가 다를 수 있는데다 체류기간도 일률적이지 않다. 따라서 도민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해마다 막대한 비용을 논술고사에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시간적인 부담도 만만찮다. 수험생의 경우 1분 1초가 아쉬운 시기에 몇 시간의 논술고사를 위해 최소 2, 3일을 소비해야 하고, 학부모도 가정과 생업을 잠시 뒤로 미뤄야 한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수험생의 사기 문제. 갑자기 낯선 곳에서 시험을 치를 경우 제대로 실력 발휘가 어렵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처럼 가슴 답답한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이뤄지고 있는 인하대와 숙명여대의 제주 현지 논술고사는 시사점이 많다. 인하대는 지난 17일 제주도청 제2청사에서 수시모집 1차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도내 수험생 73명이 현지에서 시험을 치름으로써 학부모에게는 제주도 추산 4300만원에 이르는 경제적 부담 경감, 수험생에게는 시간 절약과 편안한 응시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었다. 이들 두 대학의 현지 논술고사는 도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인하대의 경우 제주도가, 숙명여대는 제주도교육청이 각각 대학과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성사됐다.

결국 제주 현지 논술고사 확대 여부는 행정당국과 교육당국의 노력과 관심 여하에 상당부분 달린 문제라 할 수 있다. 두 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수요 파악을 통해 도내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제주에서 논술고사를 치를 수 있도록 부단히 대학을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최근 일선 학교에 대한 감사권을 놓고 제주도 감사위원회와 제주도교육청이 팽팽하게 맞서다 결국 각자 실력 행사에 돌입했다.

나름대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일선 교육현장에 대한 배려나 고민은 뒷전인 것처럼 보인다.

도민은 ‘공복’들이 자신의 권한 행사를 위해서보다 도민의 삶을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어 한다.<홍성배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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