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업게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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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charisma)라는 말이 유행병처럼 번진다.

정치계와 경제계는 물론 문화계까지 카리스마적이란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TV에선 카리스마가 물씬 풍겨나는 혼신의 연기가 시청자들을 사로잡곤 한다.


카리스마는 대중 또는 조직 구성원들을 설득시켜 따르게 하는 초인적인 능력이나 자질을 말한다. 본래는 그리스도교적 용어로 신의 특별한 은총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가 지배의 형태를 합리적 지배, 전통적 지배, 카리스마적 지배로 분류하면서 일반화됐다.


역사적으로 볼 때 카리스마가 넘칠수록 조직의 역동성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내기도 했지만, 조직이 불안정해지고 갑자기 파국을 맞는 경우도 많았다.


▲고대 사상가 중 유교의 시조인 공자(孔子, BC 551~479)는 카리스마가 없는 성인(聖人)으로 평가된다.
이는 제자들이 스승의 사람됨을 특징한데서 잘 드러난다.

공자에겐 네 가지가 없다고 했다.

사사로운 의식이 없고, 꼭 뭘 이뤄내야 한다는 아집도 없으며, 자기의 견해를 고집하지도 않고, 이기심 또한 없다는 평이 그 것이다.
공자의 언행에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은 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다. 공자가 구슬을 꿴다는 뜻으로, 구슬 꿰는 방법을 바느질하는 아낙네에게 물었다는 내력의 ‘공자천주(孔子穿珠)’도 불치하문과 같은 의미다.


▲공자의 4무는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를 몸소 보여주는 탈(脫) 카라스마적 면모다. 지금 한국사회에 카리스마적 지배를 즐기던 정치. 경제계 리더들이 검찰수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모든 것을 자기 손아귀에 집중시키려고 자기중심적이며 개인적 자아가 엄청나게 크다고 한다.
반면, 공자의 면모를 닮으려는 탈 카리스마적 정치·경제계 리더들도 많아지고 있어 반갑다. 제주 사투리에도 ‘애기 업게 말도 들으라’는 속담이 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업저지의 말일지라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고도의 지성마저 때로는 촌부의 상식보다 못하다는 성인들의 말씀이 새삼 생각난다.
김범훈 논설실장 kimbh@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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